선관위 "후보 자격 박탈할 근거 없어"…좌파 활동가 "대법원에 무효 소송"
마르코스 측 "선관위 결정 존중해야"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필리핀 시민단체들이 대선 유력 후보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의 출마를 저지해달라는 청원이 잇달아 기각되자 대법원에 소송을 내기로 했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당 시민단체들은 필리핀 선관위가 지난 10일 청원을 기각하자 '독재적인 인물'이 권력을 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법원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좌파 성향 단체인 아크바얀 소속 활동가인 로레타 안 로살레스는 "마르코스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여러 시민단체들은 작년 11월부터 마르코스의 대선 출마를 금지해달라는 청원을 선관위에 계속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마르코스가 공직을 맡았던 1982∼1985년에 소득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탈세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전력을 거론하면서 출마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마르코스는 지난 1995년 법원에서 탈세 혐의가 인정된 뒤 2년 후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필리핀 내국세법에 따르면 세금 관련 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공직에 출마할 수 없다.
그러나 선관위 1부는 지난 10일 마르코스의 출마 자격을 박탈할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청원을 기각했다.
앞서 선관위 2부도 지난달 17일 같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청원을 제기한 단체의 변호인인 하워드 칼레자는 해당 결정을 번복해달라고 선관위 전체 회의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르코스의 출마를 무효로 하기 위한 작업은 끝난게 아니다"라면서 "이번 결정은 선관위 자체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마르코스의 대변인인 빅 로드리게즈는 "청원을 제기한 사람들은 선관위 결정을 존중하고 거짓말을 퍼뜨리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맞섰다.
한편 지난 2016년 필리핀 대선에서는 유력 주자인 그레이스 포 상원의원이 후보 자격이 없다고 결정한 선관위 결정을 대법원이 뒤집은 사례가 있다.
필리핀 선관위는 2015년 12월 미국 시민권자였던 포 의원이 '필리핀 10년 거주' 등 대선 후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출마 자격 박탈을 결정했다.
이에 포 의원은 선관위 결정에 대해 무효 소송을 냈고 결국 대법원은 선거를 두달 앞둔 2016년 3월 표결을 통해 포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필리핀은 내년 5월 9일 선거를 통해 대통령과 부통령을 별도로 뽑는다.
독재자인 선친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마르코스는 지난해 10월 5일 대통령 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의 아버지인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지난 1986년 시민혁명인 '피플 파워'가 일어나자 하와이로 망명한 뒤 3년 후 사망했다.
마르코스는 지난해말 펄스 아시아가 실시한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53%의 지지율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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