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서양 맞은 편 적도기니 中 해군기지 저지에 총력

입력 2022-02-12 11:53  

미, 대서양 맞은 편 적도기니 中 해군기지 저지에 총력
고위 외교관·군인으로 구성된 대표단, 내주 적도기니 방문
"아프리카 대서양에 中 해군시설, 미국에 가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협"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중국이 대서양에 접한 중앙아프리카 소국 적도기니에 해군 기지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미국 정부가 이를 막으려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면 고위 외교관과 군인으로 이뤄진 미국 대표단은 다음 주 적도기니를 방문할 예정이다. 대표단은 미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몰리 피 차관보와 미군 아프리카 사령부의 케네스 에크만 소장이 이끈다.
이들은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적도기니 대통령이 중국의 진출을 거부하도록 설득하려고 미국의 해적 방지 지원과 다른 유인책을 논의할 전망이다.
WSJ는 미국 대표단의 이번 방문이 중국의 팽창주의와 미국이 앞마당이라 생각하는 대서양에서 중국이 영구적인 군사 주둔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맞물렸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피 차관보의 전임자인 티보르 나기 전 차관보는 "우리는 대서양에 중국의 군사시설이 생기는 것을 정말 정말 원치 않는다"고 WSJ에 말했다.
지난해 말 WSJ가 보도한 미 정보당국 기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해군 기지를 건설할 곳으로 적도기니의 항구도시 바타를 주시하고 있다.
이곳에는 이미 중국이 건설한 상업항구가 있으며, 인접 국가인 가봉 등 중앙아프리카 내륙으로 통하는 고속도로도 갖췄다.
이 때문에 중국 전문가들은 바타의 군사 기지가 상업과 정치적 목적을 통합하는 중국식 모델에 적합하다고 말한다.
바타의 항구는 중국의 군대가 대서양에서 전함을 재정비할 기지가 될 수 있고 고속도로는 중국 기업이 중앙아프리카 내부로 접근하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서양 건너 미 동부 해안과 마주한 곳에서 중국이 해군 전력을 재무장·정비할 수 있는 군사적 이점을 확보하는 것을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미군 아프리카사령부 스티븐 타운센드 사령관은 지난 4월 상원에 출석해 "중국이 미국에 가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협은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에 해군 시설을 짓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중국은 해군 기지 건설 계획을 부인한다.
중국이 적도기니에 해군 기지를 건설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자국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군사기지 건설 계획 보도는 중국 위협론을 과장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예멘 아덴만 인근 지부티에 세운 중국의 첫 해외 군사기지 사례를 언급하며 중국은 해외에 기지를 건설할 때 정보를 미리 공개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설령 중국이 해외기지를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80여 개국에 800개에 가까운 군사기지를 보유한 미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중국이 인도주의적인 이유로 어딘가에 기지를 세우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WSJ는 적도기니의 오비앙 정권도 자신들의 이런 잠재적인 영향력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오비앙 대통령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테오도로 테오도린 응게마 오비앙 망게 부통령은 지난해 12월 트위터에 "중국은 우방국이자 전략적 파트너지만 현재까지 합의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적도기니는 1968년 스페인에서 독립한 이후 오비앙 가문이 통치하고 있다. 오비앙 대통령은 1979년 자신의 삼촌인 프란시스코 마시아스를 몰아내고 40년 넘게 집권하고 있다.
그간 미국 정부는 그의 부패와 인권유린, 독재를 비난해왔다.
WSJ는 미국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이런 좋지 않은 관계 탓에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협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다만 최근 기니만에서 해적이 급증하면서 적도기니 해역의 석유 산업과 해상교통을 위협하는 상황을 협상 카드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laecor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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