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동생 펀드', 제재·구제 지연…피해자들 당국에 분통(종합)

입력 2022-02-13 10:00  

'장하성 동생 펀드', 제재·구제 지연…피해자들 당국에 분통(종합)
디스커버리 판매사 "금감원 조정 후 배상"…대부분 조정 시작도 못 해
금융위, 운용사·장하원 등 징계안 1년간 결론 못 내려
피해자모임 "감싸기 의심…당국 소극적 대응에 판매사도 구제에 미온적"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하채림 이지헌 기자 = 2천500억원이 넘는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장하성 주중 대사 등이 투자한 사실이 알려져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디스커버리펀드'의 환매 중단은 2019년 발생했지만, 피해자 다수가 4년째인 현재까지도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디스커버리펀드를 가장 적극적으로 판매한 IBK기업은행[024110] 등이 금융당국의 분쟁 조정 결과에 따라 배상한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변함이 없는 가운데, 피해자 모임은 조정안을 거부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검사·제재가 지연돼 기업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판매사는 분쟁 조정을 시작조차 못 한 상태다.

◇ 금감원, 기업은행에 40∼80% 배상 권고…피해자 모임은 반발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디스커버리펀드의 미상환 잔액은 2021년 4월 기준으로 2천562억원이다.
디스커버리펀드는 장 대사의 동생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가 운용한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글로벌채권펀드)'와 'US핀테크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부동산채권펀드)'로, 국책 은행인 IBK기업은행 등 3개 은행과 대신증권[003540] 등 9개 증권사를 통해 팔렸다. 2019년 4월 미국 현지 자산운용사의 법정관리 등에 따라 환매가 중단되며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금감원의 부문검사에서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펀드를 중소기업·개인 고객에게 판매하면서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손실이 나지 않는다", "수익률 3.x%" 등 문구로 안전성과 수익성을 호도하는 '불완전 판매'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실한 상품 선정·판매, 판매 과정의 미흡한 내부통제도 드러났다.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작년 4월 말까지 피해자의 분쟁 조정 신청 약 100건 중 기업은행이 판매한 2건에 대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정안을 제시했다. 금감원의 분쟁 조정을 수용하면 각 투자자는 40∼80%의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업은행은 글로벌채권펀드 3천612억원과 부동산채권펀드 3천180억원을 판매했고, 이 가운데 914억원(695억원+219억원)이 환매 정지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환매정지액 가운데 50%를 선지급한 뒤 금감원의 배상 권고안에 따라 손해 배상절차를 진행하는 중"이라며 "상당수 고객과 합의해 배상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은행의 판매액 가운데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잔액은 228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업은행 고객 피해자 다수는 디스커버리펀드 사태의 본질을 '사기'라고 규정하며 금감원 조정안을 거부하고 '한국투자증권식 100% 배상' 또는 배상 비율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판매자 책임을 인정해 분쟁 조정이 아닌 사적화해 방식으로 100%를 배상했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 피해 대책위원회(이하 디스커버리펀드 대책위)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IBK투자증권을 통한 투자자 가운데 130명가량이 금감원 분쟁 조정안에 공정성이 결여됐다고 비판하며 합리적인 피해 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 검사·제재심 지연되며 피해 구제도 장기화
신한은행은 부동산채권펀드를 950억원어치 판매했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미국 부동산대출시장이 침체하면서 환매가 지연되자 펀드 자산의 절반 정도를 회수해 고객에게 지급했고 현재 잔액은 480억원 정도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부동산채권펀드는 폰지사기 의혹, 고위 인사 투자 등과 관련한 논란의 대상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환매가 지연되는 것은 사실인 만큼, 480억원에 대해 작년 12월부터 자체적으로 배상비율 40∼80% 범위에서 고객과 사적화해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판매사의 고객들은 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원금의 50%를 선지급 받은 것 외에는 언제 배상을 받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은행과 증권사들이 한결같이 '금감원 분쟁 조정에 따르겠다'거나 '수사 결과를 봐야 한다'며 모호한 답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채권펀드를 240억원 판매한 하나은행은 "분조위 조정이 진행되면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분조위 조정을 하려면 금감원 검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하는데, 기업은행 말고는 검사와 제재가 지연되며 분쟁 조정 절차가 시작되지도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른 판매사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이거나, 검사를 마치고 제재 절차를 밟고 있다"며 "관련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 피해자 모임 "당국 대응, 라임·옵티머스와 딴판…비호 의심"
피해자 모임은 금융당국의 디스커버리펀드 대응이 라임·옵티머스펀드 때와 비교해 미온적이며 유난히 길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감싸기'를 의심했다.
디스커버리펀드 대책위의 이의환 상황실장은 "디스커버리펀드보다 나중에 터진 라임·옵티머스펀드 사태와 달리 디스커버리펀드에 대해서는 당국이 너무나 조용하고, 피해 구제도 늦어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작년 2월 금감원이 제재심 결과 디스커버리펀드 판매의 책임을 물어 기업은행과 판매 당시 김도진 전 행장 등 임직원 징계(경징계)를 의결했다고 내용을 언론에 알렸으나, 같은 날 의결된 디스커버리자산운용과 장 대표 중징계 조처를 공개하지 않았던 점도 의심스러운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제재심 결과는 언론에 알렸다.
이 상황실장은 "금융당국의 디스커버리펀드 대응을 보면 '장하성 동생 펀드'라서 관계자들을 비호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당국의 소극적 태도에 기업은행 등 판매사도 투자자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재심 당일 기업은행 제재 수위에 관한 취재가 집중돼 관련 내용을 비공식으로 답변한 것일 뿐 기업은행 관련 사항만 골라서 공개하고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 대한 의결사항을 제외한 것은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디스커버리펀드 대책위는 아울러 검사제도 수술을 내세운 정은보 금감원장 취임 이후 검사가 지연되고 검사 강도도 약해진 것 역시 피해 구제가 지연되는 이유로 꼽았다.
금융권에서는 라임·옵티머스의 경우 디스커버리와 달리 수사 결과가 빠르게 공개된 것도 후속 조처에 수위 차가 느껴지는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으로부터 지난해 디스커버리자산운용과 장 대표에 대한 중징계안을 넘겨받은 금융위원회 역시 현재까지 제재를 의결하지 않았다.
금융위는 의도적 지연 의심을 일축하면서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도 자산운용사와 판매사에 대한 검사·제재 절차를 빨리 마무리해 투자자 피해보상도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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