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 시트콤 '프렌즈'가 중국에서 성 소수자 관련 장면이 삭제된 채 서비스돼 팬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중국 주요 동영상 플랫폼에서 지난 11일 서비스를 시작한 '프렌즈' 시즌 1에서는 레즈비언인 '캐럴'의 성 정체성이 묻혀버렸으며, 두 남성이 키스하는 장면도 삭제됐다.
또 시즌 1의 2회에서 '레즈비언'이라는 단어가 삭제되지 않은 채 언급된 부분이 한 장면 남아있지만, 중국어 자막에서는 '레즈비언'이 삭제됐다.
성과 관련한 다른 장면과 대화도 엄격히 검열돼 '오르가즘' 같은 단어가 중국어 자막에는 전혀 다른 말로 번역됐다.
이러한 검열로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는 '프렌즈'의 오리지널 버전은 에피소드당 평균 23분이지만, 중국 버전은 평균 21분 내외가 됐다.
SCMP는 "중국 시청자들이 검열에 익숙하다 해도 '프렌즈'의 편집본은 팬들의 분노를 촉발하고 소셜미디어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며 "'프렌즈 검열'이라는 해시태그는 11일 웨이보에서 순식간에 조회 수 1위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곧 '프렌즈 검열'이라는 해시태그도 당국의 검열 대상이 됐다"며 "12일 웨이보에서 해당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웨이보에서 많은 지지를 받은 한 댓글은 "원본을 방송하지 못할 거면 그냥 하지 마라. 큰돈 들여 판권을 구매했을 텐데 자막을 바꾸고 장면을 삭제해 원성을 사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지적했다.
일부 팬들은 검열된 '프렌즈'에 대한 보이콧을 외치면서 삭제되지 않은 해적판을 공유하고 있다.
그중에는 중국 소후비디오가 2012년 판권을 구매해 2018년까지 서비스한 버전도 있다. 소후비디오는 당시에는 성 소수자와 성적인 장면을 삭제하지 않은 채 서비스했으나, 현재는 삭제된 버전을 내보내고 있다.
2015년 중국 당국은 "동성애 같은 비정상적 성적 관계나 성적 행동을 표현하거나 보여주는 콘텐츠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 NBC에서 방송되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프렌즈'는 총 10개 시즌으로, 중국에서도 1990년대 영어 학습 콘텐츠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후 지금까지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다.
짧은 동영상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중국 스트리밍 업계는 '프렌즈' 카드로 돌파구 모색에 나섰으며, 매주 한 시즌씩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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