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매도 우위 속 호가 공백에 마감 직전 4원 이상↓…7.4원 내린 1,191.1원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14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됐지만, 국제정세 분위기와 달리 달러화에 견준 원화 가치는 이날 강세로 마감했다.
특히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장 마감을 불과 몇 초 앞두고 원/달러 환율이 순식간에 급락하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7.4원 내린 1,191.1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시장 개장에 앞서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 부담 속에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달러화 강세에 힘이 실릴 것으로 대체로 내다봤다.
이런 예상을 반영한 듯 환율은 1.5원 오른 1,200.0원으로 상승 출발했으나, 1,200원선 안착에 실패하고 오후 들어 하락 반전했다.
수출업체의 달러화 매도(네고) 물량이 다수 나온 게 수급 측면에서 환율 하방의 주된 요인이 됐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금일 글로벌 시장의 대외적 압력을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을 확대하는 방향이었으나 국내 수급 요인이 이를 되돌렸다"며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이 많이 소화된 데다 최근 외환당국의 금융안정 주문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 군사 충돌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환율 하락의 기저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환율은 오후 내내 저점을 낮춰가며 1,190원대 중반에서 마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장 마감을 불과 몇 초 앞두고 역외를 중심으로 달러화 매도 주문이 급증하면서 체결 가격을 5원 가까이 급격히 끌어내렸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단시간 큰 폭의 환율 움직임은 당국의 시장 안정화(스무딩 오퍼레이션) 조치나 빅 이벤트 뉴스가 전해졌을 때 나타나곤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장 마감 무렵 별다른 뉴스가 없었고 (환율이 하락하고 있던) 시장 상황상 외환당국의 조치가 있었을 개연성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장 일각에선 장 마감 무렵 거래량이 줄어든 가운데 나타난 수급 요인의 영향을 받아 장 막판 변동성이 커졌을 것이란 분석을 내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 마감 후 역외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곧바로 1,190원대 중후반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금일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와 관련한 달러화 매도 주문이 일시적인 수급 공백과 맞물리면서 장 막판 변동성이 커졌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는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 기존 대외 리스크가 결합돼 외환·대외 부문의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선제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주재가 예고됐던 것도 시장 참가자들에게 경계감을 줬다.
문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와 관련해 "국내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7% 하락한 2,704.48로 약세 마감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06억원을 순매수했다.
오후 3시 30분 현재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32.01원이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가(1,032.26원)에서 0.25원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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