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와 아프간 무관"…여성 4천명도 공개편지로 바이든에 항의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이 동결된 자국 해외 자산의 일부를 9ㆍ11 테러 희생자 유족 배상에 사용하려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 거듭 비판하며 대미 정책을 재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과 아프간 언론에 따르면 탈레반 대변인인 이나물라 사망가니는 전날 성명을 통해 "9ㆍ11 공격과 아프간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사망가니 대변인은 "만약 미국이 지금 같은 입장을 변경하지 않고 도발적인 행동을 이어간다면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 정부) 역시 미국에 대한 정책을 재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2020년 2월 미국과 도하 평화 협상에 서명하면서 아프간에서의 극단주의 무장조직 활동 방지 등에 동의했는데 이런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앞서 지난 11일에도 탈레반 정부의 또다른 대변인인 모하마드 나임은 동결된 아프간 국민의 자금을 훔치고 압류하는 것은 최하 수준의 도덕적 부패라며 미국을 비난한 바 있다.
탈레반 지도부가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연일 비난의 목소리를 이어가는 셈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9ㆍ11 테러 희생자 유족들의 배상에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동결된 아프간 정부의 자금 70억 달러(약 8조4천억 원) 중 35억 달러(약 4조2천억 원)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절반은 아프간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했지만, 이에 반탈레반 인권 운동가들까지 미국 정부가 아프간 국민의 자산을 압류했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등 반발이 확산하는 조짐이다.
이와 함께 아프간 여성 4천여명도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를 통해 "관련 자금은 아프간 국민의 것이며 다른 이들에게 주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1996∼2001년 아프간에서 집권했던 탈레반은 9ㆍ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하다가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었다. 이후 오랜 내전 끝에 지난해 8월 20년 만에 재집권했다.
그러자 미국은 연방준비은행에 예치된 아프간 정부의 자산 70억달러를 동결했다.
탈레반 집권 후 동결된 아프간 정부의 해외 자산은 이를 포함해 9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금 대부분은 국제 구호 단체 등이 아프간 지원을 위해 이체한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이같은 외화 유입이 막히자 아프간 화폐 가치가 하락했고 물가가 상승하는 등 안 그래도 허약했던 아프간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이에 탈레반 정부는 최근까지 국제사회에 동결된 해외 자산을 해제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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