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작년 이례적 혹독…올해도 극단적 상황 이어질듯"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미국 서부가 2000년대에 들어 수 세기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미 CNN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후변화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1년까지의 기간이 지난 1천200년 동안 가장 건조한 시기로 파악됐다.
연구진은 특히 작년의 가뭄은 이례적일 정도로 혹독했으며, 모든 지표상 올해 역시 극단적인 상황이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 서부 지역은 지난해 극심한 가뭄을 겪었고, 이는 재앙적인 산불 시즌으로 이어진 바 있다.
연구진은 또 인간이 유발한 기후 위기로 이 같은 대형 가뭄이 72% 더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후변화로 이 지역에서의 수자원 가용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로스앤젤레스(LA)의 경우 작년 12월 10인치(약 26㎝)에 가까운 비와 눈이 내려 도시 역사상 2번째로 강수량이 많은 달로 기록됐으나, 새해 들어 비를 머금은 제트 기류가 더 이상 발달하지 않으면서 가뭄 해소의 꿈은 사라졌다.
LA의 지난달 강수량은 2㎜에도 못 미쳐 도시 역사상 8번째로 건조한 달이 됐다. 2월 현재까지도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는 등 올해 역시 시작부터 기록적으로 건조한 해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큰 강우 변동성은 기후변화로 인해 점점 더 확연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바인캘리포니아대학에서 도시 계획과 공공정책을 연구하는 데이비드 펠드먼 교수는 "강우량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는 충분한 기록이 있다"면서 "대다수의 기후과학자에 따르면, 우리에게는 점점 더 길고, 건조한 시기가 닥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역설적인 것은 그런 더 길고, 건조한 시기 사이사이 매우 강렬한 폭풍우가 끼어든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LA캘리포니아대학(UCLA) 기후학자로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파크 윌리엄즈는 평균 이상의 비나 눈이 내려 현재의 대가뭄 기조가 중단되려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번 가뭄이 한 차례의 습한 해로 끝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예상했다.
대가뭄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 같은 우려 속에 LA 당국은 강우 변동성을 예의 주시하면서 단 한 방울의 물이라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LA 카운티의 경우 강우를 흡수하고 지하 대수층을 다시 채우기 위해 최근 여러 개의 개방된 거대 흙 웅덩이를 팠는데, 이 웅덩이들은 인근 댐들에서 우회한 물을 저장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LA 수도전력국의 안셀모 콜린스 부국장은 "LA 지역에 심각한 폭풍이 예보되면 LA 카운티의 홍수관리 담당 부서와 매우 긴밀히 협력한다"며 "홍수조절용 댐에 많은 양의 물이 저장돼 있다면 폭우가 오기 전에 방류함으로써 담수 용량을 확보하고 새로운 물을 다시 저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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