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기 고대 악어 위 속에서 발견된 조각류 공룡

입력 2022-02-15 11:31  

백악기 고대 악어 위 속에서 발견된 조각류 공룡
공룡 대퇴부 뼈 반으로 잘리고 이빨 자국 드러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호주 퀸즐랜드에서 위 속에 채 소화되지 않은 조각류(鳥脚類) 공룡이 남아있는 백악기 악어 화석이 발굴됐다.
공룡이 다른 동물 화석의 위 안에서 발견된 것은 호주에서 처음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아주 드물다.
호주 공룡시대 박물관에 따르면 이 박물관의 매트 화이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약 9천500만년 전에 형성된 암반인 윈턴층 인근의 양떼 목장에서 발굴한 고대 악어 화석에 대한 발굴 결과를 남반구에 존재했던 고대 초대륙 관련 학술지인 '곤드와나 연구'(Gondwana Research)에 발표했다.
이 악어는 악어목(目) 크로커다일과(科)에 속하지만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은 새로운 종이라 '콘프락토수추스 사우록토노스'(confractosuchus sauroktonos)라는 학명이 부여됐다. 화석이 퇴적암의 일종인 실트암에서 조각난 채 발견됐는데 이를 반영해 '조각난 공룡 킬러'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지난 2010년 용각류 공룡 발굴 과정에서 나온 표토를 치우는 과정에서 트랙터에 실트암이 부서지고 그 사이로 작은 공룡 뼈가 드러나면서 성과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실트암 내 악어 화석을 X선과 컴퓨터 단층촬영 등을 통해 3D 모델로 만들어 분석했다.
C.사우록토노스 화석은 약 35%가량 보존돼 있었으며 두개골 부위가 가장 완벽했다. 꼬리 부분은 남아있지 않았지만, 화석이 될 당시 약 2.5m 였으며 성장 단계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위 속에서 부분적으로 소화된 채 발견된 공룡은 두 발로 걸으며 개울가나 호숫가에 살던 조각류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구체적인 종까지 가려내지는 못했다.
다만 이 역시 성체가 되기 전 청년기 조각류로 몸무게는 1.7㎏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조각류 공룡의 대퇴부 뼈 중 하나는 절반으로 잘려 있었으며 나머지 하나에는 강하게 물린 듯 이빨 자국이 남아있었다.
연구팀은 조각류 공룡의 뼈 상태를 토대로 고대 악어가 직접 사냥해 잡아먹었거나 죽은 지 얼마 안 된 것을 먹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화이트 박사는 "민물 악어인 C. 사우록토노스가 공룡만 잡아먹고 사는 종은 아니지만, 위 속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어린 조각류 공룡처럼 손쉬운 먹이를 그냥 두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공룡이 본질적으로 포식자이자 먹잇감으로서 백악기 생태계의 일부였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화이트 박사는 "공룡이 백악기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자원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C. 사우록토노스와 마지막 먹이는 이에 비길만한 다른 시료가 없는 점을 고려할 때 호주 대륙에 서식했던 동물 간 관계와 행동에 대한 단서를 계속 제공해 줄 것"이라고 했다.
C.사우록토노스 화석은 퀸즐랜드 서부 윈튼에서 약 25㎞ 떨어진 호주 공룡시대 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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