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충동 억제 약물 투약은 출소 시점 집행…사형수·무기수는 불가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이슬람 기숙학교에서 미성년 여학생 13명을 성폭행하고, 이 가운데 8명을 임신시킨 '인면수심' 교사에게 15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검찰이 당초 사형 구형과 함께 화학적 거세(성충동 억제 약물치료)를 신청해 관심이 쏠렸으나, 재판부는 무기 징역수에게 화학적 거세를 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이날 서부 자바주 반둥법원은 미성년 여학생 13명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슬람 기숙학교 교사 겸 재단 운영자 헤리 위라완(36)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헤리는 2016년부터 최근까지 자신이 가르치는 반둥 이슬람 기숙학교 16∼17세 여학생 13명을 교내, 아파트 또는 호텔로 불러내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피해자 가운데 8명은 9명의 아이를 출산했고, 현재도 임신 중인 피해자가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종교 과목을 가르친 헤리는 성폭행 피해자들이 낳은 아이를 '고아'라고 속여 지역사회에서 기부금을 받고, 학교 건물을 새로 지을 때 피해 학생들을 건설 현장에 투입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샀다.
헤리는 법정에서 자신의 죄를 인정하면서도 태어난 자식들을 양육할 수 있게 감형해달라고 읍소했다. 그는 무기징역이 선고되자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건으로 인도네시아 전역에 운영 중인 2만5천개 이상 이슬람 기숙학교 '프산트렌'(pesantren)의 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프산트렌에 등록된 약 500만명의 학생이 낮에는 정규 수업을 듣고, 저녁까지 이슬람 경전 쿠란 학습을 계속한다.
한편, 재판부는 검찰이 신청한 화학적 거세를 기각한 이유를 설명했다.
판사는 "관련법에 따라 화학적 거세는 형기를 채우고 나서 집행해야 하는데, 사형수나 무기수는 그럴 수 없는 만큼 선고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수마트라섬 븡쿨루에서 10대 소녀가 집단 강간·살해당한 사건 이후 아동 대상 성범죄자 처벌 규정을 개정, 사형과 화학적 거세 처벌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2019년 유치원생 등 여아 9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20대의 무하맛 아리스가 인도네시아에서 최초로 화학적 거세 선고를 받았으나, 징역 20년을 복역한 뒤에 집행이 이뤄질 예정이다.
화학적 거세는 미국과 영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폴란드 등과 함께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한국도 화학적 거세를 선고받은 수감자는 통상 형집행 종료와 면제 등으로 석방되기 두 달 전에 성 충동 억제 약물을 투약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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