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연구원 '주 52시간제가 여성노동에 미친 영향과 과제' 보고서
"남성의 가사·돌봄 시간 늘어나는 등 성 격차 해소에 긍정적 영향"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근로자 10명 중 4∼5명은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 도입이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도입의 효과에 대해서는 남성보다 여성의 만족도가 높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16일 이런 내용이 담긴 '주 52시간제가 여성노동에 미친 영향과 과제'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9월 13일부터 6주 동안 100인 이상 기업체 여성 근로자 303명, 남성 근로자 301명을 대상으로 근로 실태와 만족도 등을 조사했다.
◇ 10명 중 4명가량 "총 근로시간 감소"…정시퇴근 문화 정착
우선 지난 한 달간 초과근로와 휴일근로 시간을 조사한 결과, 여성의 67.0%, 남성의 67.1%는 초과 근로가 없다고 답했다.
또 여성의 53.8%, 남성의 54.5%는 휴일근로가 없다고 응답했다.
초과근로나 휴일근로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소로는 남녀 모두 '본인의 판단'을 꼽았다. 이어 '경영진(관리자)의 요구', '고객사나 협력업체 요구' 등이 뒤를 이었다.
주 52시간제 이후 '실제 총 근로시간' 변화에 대해서는 여성의 60.1%, 남성의 56.5%가 '변화 없음'으로 응답했다.
'감소했다'는 응답자 비율은 여성 39.3%, 남성 42.5%로, '증가했다'(여성 0.7%·남성 1.0%)는 응답률을 크게 웃돌았다.
주 52시간제의 성과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의 응답 수준이 긍정적이었다.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문항에 대해 5점 척도로 값을 매긴 결과, 여성은 3.51점, 남성은 3.31점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비율로 따지면 여성의 48.2%, 남성의 43.5%가 '도움이 됐다'고 답했으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응답자 비율은 여성 7.9%, 남성 13.3%였다.
또 일·생활 균형에 도움이 됐는지 묻는 항목에 여성의 45.2%, 남성의 40.2%가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도움이 안 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 5.6%, 남성 15.5%였다.
주 52시간제 이후 근무 환경 변화에 대해 5점 척도로 값을 매긴 결과 남녀 모두 '정시퇴근 증가'(각 3.34점)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업무 효율이 올랐는지 묻는 항목에 대한 평균 점수(여성 3.18점· 남성 3.11점)로 긍정적 답변이 우세했다.
반면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회의 시간과 회식 시간은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응답자 절반 이상 "주 52시간제 안착 위해 CEO 의지 중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생활시간 변화를 보면, 여성의 경우 수면이나 자기 계발에 할애한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자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수면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자 비율은 여성 23.1%, 남성 13.6%였으며, 자기계발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자 비율은 여성 27.7%, 남성 26.6%였다.
남성의 경우 가사나 돌봄 노동에 할애한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자 비율이 여성보다 높았다.
가사와 돌봄 노동 시간이 늘었다는 남성 응답자 비율은 각 33.2%, 27.6%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가사시간 증가 26.4%, 돌봄 시간 증가 23.1%였다.
또 응답자들은 대개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인한 임금 변화는 없다고 답했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전 주 52시간 이상 근무 경험이 있는 응답자 가운데 여성의 82.5%, 남성의 84.9%는 총임금에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
임금이 감소하더라도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희망하느냐는 질문에,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남성 비율은 45.5%로 여성(41.6%)보다 높았다.
주 52시간제의 안착을 위해 필요한 것(복수 응답 가능)으로는 여성(58.4%)과 남성(59.5%)이 모두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CEO 의지'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연구진은 주 52시간 상한제 실시로 남녀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줄었으며, 특히 상대적으로 성 격차가 컸던 초과근로와 휴일근로에서 성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또 "주 52시간 상한제가 남성 근로자의 일·생활 균형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 비율이 높은 것과 실제로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 가사 시간이 증가했다는 결과가 고무적"이라며 "큰 틀에서 주 52시간 상한제가 노동시장 성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 수단임이 증명됐다"고 분석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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