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아브라함 협약'을 통해 일부 걸프 지역 아랍 국가들과 관계를 정상화한 이스라엘이 이번에는 10년 이상 소원했던 터키와 관계 개선을 추진한다고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 대통령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아이작 헤르조그 대통령이 다음주 터키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회담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헤르조그 대통령의 방문 준비를 위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브라힘 칼린 등 터키 정부 고위 대표단이 이번 주 이스라엘을 방문한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대통령은 실권이 없는 상징적 지도자지만, 헤르조그 대통령의 터키 방문이 10년 이상 소원했던 양국 관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스라엘의 고위 외교 소식통은 예루살렘 포스트에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와 이스라엘 정부는 터키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며 "다만, 동맹 창조 행위까지 차단하는 순수주의에 스스로 갇힐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헤르조그 대통령의 터키 방문은 이미 지난달 에르도안 대통령의 입을 통해 예고된 사안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시 현지 매체에 이스라엘 대통령의 방문을 예고하면서 "이번 방문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슬람권인 터키와 이스라엘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건 지난 2008년이다. 당시 이스라엘은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가 앙카라를 방문해 에르도안(당시 총리)을 만난 지 닷새 만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습했고, 터키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또 2010년에는 터키의 구호단체인 인도주의구호재단(IHH)이 조직한 가자지구 구호선단이 이스라엘의 해상 봉쇄를 뚫으려던 중 마찰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터키 구호활동가 9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 이후 양국은 상대 국가에 보낸 대사를 불러들였다.
이후에도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정한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옹호하고 지원하는 에르도안 간의 갈등은 깊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양국은 2018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두고도 갈등하며 대사 소환 사태를 맞았다.
다만, 최근에는 이스라엘인을 겨냥한 이란의 테러 음모를 터키가 적발하는 등 양국 관계에 우호적인 신호가 적잖이 포착되고 있다.
터키가 이스라엘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배경에 극심한 경제난 타개와 경제적 고립 회피 등 계산이 숨어있다는 해석도 있다.
터키는 최근 자국 통화가치 급락과 외화 보유고 감소로 어려움을 겪지만, 이스라엘은 그리스, 키프로스 등과 협력해 지중해 동부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가스관을 통해 유럽에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동지중해 해양 관할권 문제로 그리스와 대립해온 터키는 이런 계획을 반대해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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