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1호 '반포현대' 3~4월께 실제 부과액 통보 예상…예정액의 2배 추정
전국 63개 재건축 단지 부담금 예정액 통보…지방도 수억원대 달해 '패닉'
입주시점 집값따라 수익 '복불복', 형평성 논란도 거세…개선요구 커질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서울 강남권에서는 처음으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이하 재초환) 부담금 부과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재건축 단지들이 술렁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옛 '반포 현대'(현 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 아파트의 재건축 부담금이 이르면 다음달 통보될 예정인 가운데 부담금이 가구당 수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건축 시장에 '메가톤급'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전국 재건축 조합들은 강남뿐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에서도 수억원대의 부담금 납부가 불가피하다면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 '반포 현대' 부담금 2배 가까이 오를 듯…재건축 시장 술렁
재건축 부담금은 사업 기간(추진위 승인∼준공시점) 오른 집값(공시가격 기준)에서 건축비 등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이 3천만원을 넘을 경우 10∼50%까지 세금으로 걷는 제도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도입된 이 제도는 부동산 침체기 때 시행 유예를 거쳐 현 정부 들어 부활해 2018년부터 대상 단지들에 부담금 예정액 통지가 시작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의 옛 '반포 현대' 아파트에 대한 재건축 부담금이 이르면 3월 또는 4월께 확정, 부과될 예정이다. 강남권 첫 사례다.
80가구 1동짜리 '나홀로' 단지였던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60, 82, 89㎡ 총 108가구로 새로 지어져 지난해 7월 말 입주가 시작됐다.
당초 재건축 부담금은 준공 후 5개월 내에 부과돼야 하지만 단지 규모가 작아 시세 등 비교군이 마땅찮다는 이유 등으로 지체됐다. 대선 정국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과 관청인 서초구는 최근에서야 부동산원으로부터 초과이익 산출에 필요한 이 단지의 준공(종료)시점 공시가격을 통보받아 검토 중이며, 이르면 이달 중 부동산심의원회를 열어 그 금액을 확정할 예정이다.
여기서 종료시점 가격이 확정되면 추진위 설립시점(2015년)의 공시가격을 현재 현실화율을 대입해 보정한 뒤 최종 부담금을 산출해 조합 측에 확정 통보한다. 조합원들은 재건축 부담금이 부과되는 날로부터 6개월 내에 현금으로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반포 현대는 앞서 2018년(사업시행인가 시점)에 가구당 부담금 예정액으로 1억3천569만원을 통보받았다. 당시 서초구와 국토부가 향후 준공시점의 공시가격을 '14억2천만원'으로 추정해 산출한 금액이다.
그러나 이후 집값이 급등하면서 당시 예상보다 조합의 초과이익이 커졌고, 이로 인해 실제 부담금도 예정액을 크게 웃돌 것이라는 정비업계의 관측이다.
단지 규모가 다르지만 반포 현대 바로 옆에 위치한 반포 리체(1천119가구) 전용 84㎡의 공시가격은 2015년 8억5천600만원에서 2021년 1월 기준 20억4천만원으로 무려 138% 상승했다.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반포 현대의 입주시점인 지난해 7월 기준 30억원 선이다.
반포 현대는 단지 규모가 작고 평수도 작은 만큼 입주 시점 전용 82㎡의 시세가 25억원 안팎일 것으로 중개업소들은 추정한다.
이 금액에 공시가격 로드맵상 작년 현실화율(78.3%)을 적용하면 이 아파트의 입주시점 공시가격은 20억원 선으로, 4년 전 예정가 통보 당시의 추정 공시가격 보다 5억5천만∼6억원가량 높아진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집값 급등으로 초과이익에서 공사비 등 개발비용과 정상 집값 상승률 등을 제외한 가구당 부과액이 적게는 2억원선, 많게는 예정가액의 2배가 넘는 3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 63개 단지, 3만3천여가구 예정액 통보…수도권·지방도 수억원대 예고
국회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2018년 이후 현재까지 재초환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 조합은 전국적으로 63개 단지, 3만3천800가구에 이른다.
이번 반포 현대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굵직한 단지의 부담금 부과가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재건축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J&K도시정비 백준 사장은 "반포 현대처럼 100가구 남짓의 재건축 단지에 가구당 2억∼3억원이 넘는 부담금이 부과된다면 개발이익(초과이익)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권이나 용적률 혜택이 큰 대규모 단독주택 재건축 단지는 수억원대의 부담금 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조합은 최근 집값 급등으로 사업시행인가 당시 통보된 예정액을 크게 웃도는 부담금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하고 있다.
전국 재건축단지 72개 조합이 뭉친 '전국재건축정비사업 조합연대'에 따르면 성동구 성수동 장미아파트는 비강남권의 소규모 단지인데도 앞서 통보된 가구당 부담금 예정액이 무려 5억원에 달한다.
또 서초구 반포3주구의 재건축 부담금은 4억원, 강남구 대치 쌍용1차는 3억원, 서초 방배 삼익은 2천7천500만원이 각각 통보됐다. 2018년 국토부가 자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개한 강남권의 한 재건축 단지는 부담금 예정액이 가구당 8억원이었다.
집값 상승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들 단지의 실제 부과액이 가구당 5억∼10억원을 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방에도 억대 부담금이 예고되면서 해당 조합들은 패닉 상태다.
재건축 연대 파악 결과 수원 영통2구역 재건축 단지의 부담금 예정액은 가구당 2억9천500만원, 대전 용문동 재건축 단지는 2억7천600만원으로 수도권·지방도 가구당 부담금 예정액만 3억원에 육박한다.
안양과 과천, 대구 역시 1억원대의 예정가격이 통지된 단지가 즐비하다.
재건축 연대와 해당 조합들은 "단지별로 조합원들이 높은 추가분담금을 감수하고 재건축하는 곳이 많은데 거기에다 수억원대의 재건축 부담금까지 내라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포 현대의 경우 일반분양 가구수가 12가구에 그쳐 조합원 추가분담금만 평균 3억원이다. 여기에 재건축 부담금이 3억원이면 가구당 6억원을 추가분담금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반포 현대 재건축 이순복 조합장은 "우리 단지는 재건축후 평수가 되레 줄었고(전용 84→82㎡), 분담금도 높은데 거액의 재초환 부담금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있다"며 "그 사이 집값이 오른 것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인데 조합원들에게 막대한 세금을 부담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재건축 조합들은 이 때문에 재초환 부담금을 없애거나 시행 시기를 최소 5∼10년 이상 유예해줄 것을 요구하며 국회앞 시위 등 단체 행동에 나섰다. 압구정 현대, 잠실 주공5단지, 대치 은마아파트 등 강남 노른자위 단지들은 앞으로 수억원대의 부담금 가능성이 제기되는 곳들이다.
재건축 연대 박경룡 간사는 "재초환 부담금을 내려면 빚을 내야 할 판인데 정부 규제로 대출까지 막혀서 6개월 내 부담금을 낼 수 없다는 조합원들이 수두룩하다"며 "재초환 제도 자체를 손보거나 시행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 입주시점 집값 따라 '복불복' 세금…재개발·조합원간 형평성 논란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 부담금이 미실현 이익에 부과되는 세금인데다 입주 시점의 집값에 따라 단지별로 부담금이 달라지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복불복' 형태의 부과 방식이라는 것이다.
입주 시점의 집값이 높으면 초과이익이 커져 세금을 더 내야 하고, 반대로 집값이 폭락한 시기에 입주하면 아무리 강남권 대단지여도 세금이 줄어드는 '예측 불가'의 부과 구조여서다.
백준 대표는 "집값이 고점일 때 입주했다는 이유로 높은 부담금을 매기면 정부 말대로 집값이 장기 하락하면 부담금을 되돌려 줄 것인지 의문"이라며 "입주 시점에 집을 판 것도 아니고 미실현 이익을 초과수익으로 보고 과세하는 것은 균형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개발과의 형평성 논란도 있다. 재초환 부담금은 재건축 사업에만 부과되고, 최근 투기수요가 대거 몰리고 있는 재개발 사업은 공익성을 들어 높은 이익이 발생해도 부담금이 없다.
부담금이 조합 측에 총액 단위로 일괄 부과돼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부담금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조합원 각자마다 추진위 설립 이전부터 입주 때까지 매입 시점과 매입 가격이 모두 달라 초과이익이 다른 상황에서 평형이 같다고 동일한 부담금을 내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대표는 "개발 사업자(기업)에 부과하는 개발부담금에 비해 재건축 부담금은 사업의 주인인 조합원들 간의 이해가 서로 달라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일반분양자들과의 차별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온다.
박경룡 재건축 연대 간사는 "재건축 조합원들은 장기간 마음고생 하며 내 돈 들여 재건축하는데 부담금까지 내야 하는 반면 일반분양을 받는 사람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시세의 반값에 분양받아 분담금도 없이 입주하는 것이 형평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재초환 문제가 대선 후보 공약으로도 언급되는 만큼 차기 정부 들어 제도개선 요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담금 산정 방식 등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재건축 사업에 따른 용적률 특혜로 인한 초과이익을 환수해가겠다는 것인데 단지별로 다른 입주시점의 시세를 개발이익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며 "차라리 사업 초기에 임대주택 건설이나 현금 또는 공공시설 기부채납 등의 방식으로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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