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철군 2월 15일은 국경일로 선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재집권 6개월 만에 11만명 규모의 정규군을 창설한다.
16일(현지시간) 아리아나뉴스 등 아프간 언론에 따르면 물라 모하마드 야쿠브 무자히드 아프간 국방부 장관 대행은 지난 15일 국영 TV RTA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무자히드 대행은 우선 11만명으로 구성된 정규군을 출범시킬 예정이며 필요하면 증원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권 후 1만여명을 훈련시켰고 8만명 이상이 정규군에 등록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 정부군의 군경 수보다는 적다.
옛 정부군의 규모는 경찰 등을 포함해 30만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장부상에만 오른 허수라 실제 병력은 알려진 수보다 적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탈레반의 핵심 조직원 수는 10만명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탈레반 정부는 이들 중 복무 가능한 병력을 추리고 신병을 추가해 정규군을 편성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 정부 붕괴 후 의사, 관료, 통역가, 학자 등 전문 인력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탈레반 정부는 군 부문에서도 기술자 등이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자히드 대행은 "전 정부가 해외에 보낸 군 연수생은 모두 돌아와 모국 개발에 참여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탈레반 집권 후 각종 테러를 일삼고 있는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에 대해서는 아프간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무자히드 대행은 "우리는 국제사회에 아프간 영토가 다른 이의 공격에 사용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세계 각국이 이에 헌신한다면 우리도 약속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아프간을 장악한 후 9월부터 정규군 창설을 추진해왔다.
이후 남부 칸다하르와 카불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열고 군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카불 군사 퍼레이드에서는 미국산 M117 장갑차 수십 대가 행진하는 가운데 MI-17 헬기가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탈레반은 미군이 철군하고 아프간 전 정부군이 무너지면서 남긴 많은 무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은 2020년 말 보고서를 통해 "2002년부터 2017년까지 무기, 탄약, 차량, 항공기, 감시장비 등 280억달러 상당의 국방 물품과 서비스를 아프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탈레반 정부는 구소련군이 철수한 2월 15일을 국경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구소련군은 1979년 12월 아프간을 침공했다가 10년 후인 1989년 2월 철수했다.
2월 15일은 탈레반이 카불을 함락하고 아프간을 장악한 지 6개월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