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족주의 소비', 어떻게 나이키·아디다스 밀어냈나

입력 2022-02-16 12:03  

중국 '민족주의 소비', 어떻게 나이키·아디다스 밀어냈나
현지 대체 브랜드 많아져 보이콧 오래 지속
화장품·분유 등에서도 중국기업 성장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14억 인구의 중국은 한때 나이키나 네슬레 같은 미국·유럽 거대 기업들의 '금광'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 등과 무역부터 사이버안보, 인권까지 전방위에서 충돌하면서 중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민족주의적 소비 행태가 세계적 브랜드들의 근심거리로 떠올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족주의 고조 속에 많은 중국 소비자는 서방 브랜드에 등을 돌리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티몰(天猫)에서 작년 2월부터 1년 동안 외국 브랜드 운동화 판매량은 전년보다 24% 감소했지만, 중국 브랜드는 17% 증가했다. 외국 브랜드의 스포츠의류 판매는 같은 기간 33% 줄었다.
이전에도 걸핏하면 정치적 사건으로 메르세데스벤츠와 크리스티앙 디오르. 돌체앤가바나 같은 기업이 수난을 당했지만, 이제 이런 사건의 여파는 전보다 오래간다.
이를 생생히 보여주는 것은 지난해 3월 신장(新疆) 면화 사태다. 많은 외국 브랜드가 위구르족 인권 침해로 비난받는 신장 지역에서 생산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중국인들은 분노했다.
이는 운동화·스포츠의류 시장에서 중국 국내 브랜드가 미국과 유럽의 거대 기업을 처음으로 왕좌에서 몰아낸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신장산 면화를 쓰지 않겠다고 한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중국 소비자의 보이콧에 매출이 끝도 없이 추락했다. 반면 신장산 면화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중국 브랜드 안타스포츠와 리닝은 신장 면화 사태 몇 주 만에 판매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추월했다.
이들 현지 기업은 중국 소비자 취향에 맞춘 제품과 함께 민족주의의 고조로 톡톡히 이득을 봤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더욱 높아진 중국의 애국주의 물결 속에 리닝과 안타는 매출 1, 2위를 달리고 있다.
1월 말 기준 안타와 리닝의 중국 운동화 시장 점유율 합계는 28%로 신장 사태 이전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이런 경향은 운동화만이 아니라 화장품, 음료, 분유, 의류 등에서도 비슷하다.
네슬레는 이미 소프트드링크 온라인 판매 시장의 1위 자리에서 밀려났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올림픽 체조 영웅 리닝(李寧)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창업한 리닝 등 잘 자리 잡은 중국 브랜드가 있었던 운동화와 스포츠웨어 시장부터 자리를 내줬다.
이에 따라 향후 럭셔리와 뷰티케어 등 시장에서도 서방 기업의 지배적 지위가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마케팅 컨설팅업체 프로펫의 파트너인 제이 밀리컨은 중국인들의 민족주의적 소비 행태가 일상적으로 됐다고 말했다.
과거에 경제력이 있는 중국 소비자들은 품질과 안전 우려에 중국 브랜드를 꺼렸다. 하지만 중국 브랜드의 성장과 민족주의 고조로 이런 경향은 약해지고 있다.
브랜드 컨설팅업체 랜도앤드피치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사장 조너선 커밍스는 "중국 소비자들은 점점 더 중국 브랜드를 신뢰한다"면서 "(서방기업 제품) 보이콧은 과거에는 일시적이었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대체재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지속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키는 전체 매출에서 중국 시장의 비중이 10년 전 12%에서 신장 사태 이전 22%까지 높아졌다가 가장 최근 분기 16%까지 떨어졌다. 아디다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국에 큰 투자를 해온 외국 브랜드에 중국 소비자들의 민족주의는 딜레마다. 44조위안(약 8천300조원) 규모의 중국 시장은 무시하기에는 너무 중요하지만, 중국의 비위를 맞추려다 보면 서방 각국 정부와 소비자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모두 중국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내놓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라이브 커머스(온라인 스트리밍 방송을 통한 제품 판매)와 같이 중국에서 일반적인 소매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소비자 선호가 중국 현지 브랜드로 이동하는 흐름은 오랫동안 수입 제품의 인기가 높았던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중국산 분유는 불신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페이허(飛鶴) 같은 로컬브랜드가 시장에서 서방 업체들을 앞질렀다.
화장품에서는 중국 업체 컬러키가 로레알의 입생로랑과 에스티로더의 맥을 제쳤다.
중국 브랜드가 도약하는 데는 민족주의가 발판이 될 수 있지만, 이를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것은 품질을 유지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며 트렌드를 설정하는 능력에 달렸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리서치회사 칸타월드패널의 제이슨 위는 "중국 기업들은 0에서 1로, 10으로 성장하는 데는 빠르다. 하지만 10에서 100까지 가는 스태미나는 부족할 때가 많다"면서 "중국 브랜드가 이제 연구해야 할 것은 높은 성장률을 어떻게 유지할지다"라고 말했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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