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인저뉴어티 첫 동력비행 기대 이상…암석시료 채취·산소 추출 등 성과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붉은 행성' 화성의 생명체 탐사 임무를 띠고 발사된 미국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호가 19일(이하 한국시간) 화성 도착 만 1년을 맞는다.
미국 우주항공국(NASA)의 5번째 화성 탐사 로버로, 시속 2만920㎞로 화성 대기를 뚫고 착륙하는 '공포의 7분'을 견뎌낸 퍼서비어런스는 약 30억년 전 강물이 흘러들던 호수로 추정되는 '예제로 크레이터'(Jezero Crater)에서 순조롭게 탐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착륙 이후 약 100일간의 기기 점검 및 과학 탐사 준비 과정을 제외하면 채 1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이고 아직 탐사 초기 단계에 있지만 역대 어느 로버보다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 화성 탐사 1년 성과는
퍼서비어런스호의 최대 임무는 고대 생명체 흔적을 찾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우선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퇴적암을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강물이 운반하는 퇴적물이 쌓여 형성된 고대 삼각주에서 예상보다 약간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착륙하면서 퇴적암 대신 화성암을 찾아냈다.
마그마가 식어 만들어진 화성암은 생명체 흔적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지질 형성 시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퍼서비어런스는 화성암에 구멍을 뚫고 암석 코어 시료를 채취해 분필 크기의 티타늄 용기에 담아 보관 중이다.
시료 채취 과정에서 암석이 가루로 부서져 용기에 담기지 않거나 암석 잔해가 남아 용기 뚜껑이 닫히지 않는 등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해결책을 마련해 풀어가고 있다.
퍼서비어런스는 또 과학탐사 준비 기간에 화성 대기의 이산화탄소(CO₂)에서 우주비행사의 호흡이나 로켓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산소(O)를 추출하는 시험을 성공적으로 했다.
또 슈퍼캠 원격 마이크로이미저 등 첨단 카메라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통해 퇴적물이 쌓여있는 고대 삼각주와 대홍수의 흔적도 확인했다.
암석 장애물을 자동으로 피해 이동하는 등 자율주행 기능이 강화돼 '게일 크레이터'에서 탐사 중인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와 최고 속도는 같지만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점도 입증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시험용 헬기인 '인저뉴어티'(Ingenuity)의 활약이 꼽히고 있다.
화성의 옅은 대기에서 동력 제어 비행이 가능한지 알아보겠다며 퍼서비어런스에 싣고 간 인저뉴어티는 지금까지 19차례나 비행에 성공하며 행성 헬기 탐사의 새 지평을 열고있다.
퍼서비어런스호의 과학탐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탐사 준비 기간에 3m 높이로 날아올라 30초간 비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비행시간과 속도를 늘려가며 한 달 이내에 5차례만 시험하고 끝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좋은 비행 능력을 보이면서 이제는 퍼서비어런스가 탐사할 곳을 미리 날아가 지형을 정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화성탐사 지지 비영리단체 '마즈 소사이어티' 창립자인 로버트 주브린은 UPI통신과의 회견에서 "미래 탐사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것은 인저뉴어티"라면서 "지금 화성에 보낸 것은 장난감 헬기 크기지만 25년 뒤에는 진짜 헬리콥터 크기의 비행체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 현재 위치와 앞으로 목표는
퍼서비어런스는 착륙지 '옥타비아 E. 버틀러'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화성암 암석 시료를 채취하고 착륙지를 향해 북상 중이다. 이곳을 거쳐 건너기 힘든 모래언덕(沙丘)을 우회해 북서쪽에 강물이 흘러들며 형성돼 있는 고대 삼각주로 향하는데 5월 말이나 6월 초에 도착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인저뉴어티는 모래언덕을 가로질러가 퍼서비어런스가 탐사할 삼각주 지형을 사전정찰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퍼서비어런스는 이곳에서 수십억 년 전에 쌓여 형성된 퇴적암에 구멍을 뚫고 암석 시료를 채취한다. 운이 좋다면 미화석(微化石)으로 보이는 물체를 찾아낼 수도 있지만 분명한 생물 잔해를 발견할 가능성은 높지는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퇴적암 시료를 지구로 가져와 정밀 분석하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총 40여 개가 될 이 시료들은 정해진 곳에 떨궈놓으면 나중에 NASA와 유럽우주국(ESA)이 공동 발사할 '화성시료 회수 우주선'을 통해 2031년께 지구로 가져와 정밀 분석하게 된다.
이 우주선은 화성 착륙선과 화성이륙체(MAV), 지구진입체 등으로 구성되는데, 화성에서 수거한 시료를 싣고 발사되는 경량급 로켓인 MAV는 록히드 마틴사가 주계약업체로 선정돼 개발을 진행 중이다.
화성 암석 시료가 지구에 도착한다면 로버의 현장 분석보다 훨씬 더 정밀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 화성의 고대 생명체 존재 여부를 둘러싼 의문도 명확하게 풀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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