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코로나 진화, 전염ㆍ백신회피 강한 돌연변이가 주도
'돌연변이 조합' 확산 가능성도…바이러스 어떻게 변할지 '미지수'
미국 미시간 주립대 연구진, 미국 화학학회 'ACS 감염병'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건 지난해 11월 26일이다.
그 후 오미크론 변이는 전 세계에 걷잡을 수 없이 퍼졌고, 현재는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압도적인 우세 종(dominant variant)이 됐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을 놓고 의학계 일각에선 '코로나 팬데믹'의 종말이 앞당겨지는 거 아니냐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왔다.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훨씬 더 강하지만, 치명률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오미크론이 우세 종으로 굳어지면 감염자는 크게 늘어도 사망자는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재의 독감처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풍토병으로 관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려면 오미크론이 계속 우세종 자리를 지킨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전염력이 강하면서 치명률도 상당히 높은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 오미크론과 경쟁하면 '오미크론=독감' 기대는 깨질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향후 진화 방향을 예측한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오미크론을 비롯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이들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인공지능(AI) 모델로 분석한 것이다.
향후 신종 코로나의 진화는, 전염력을 더 강화하고 백신을 회피하는 돌연변이가 이끌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예측 결과를 근거로 새로운 코로나19 백신과 항체 치료제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MSU) 자연과학대의 웨이 궈웨이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화학학회(ACS)가 발행하는 'ACS 감염병'(ACS Infectious Diseases) 등에 논문으로 실렸다.
17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에게서 분리한 약 150만 개의 신종 코로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 결합 도메인'(RBD)에 생긴 683개의 특이한 돌연변이를 확인했다.
RBD는 신종 코로나가 감염할 때 인체 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하는 영역이다.
연구팀은 이어 특이 돌연변이가 RBD의 ACE2 결합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AI 모델로 예측했다.
아울러 RBD가 130개 유형의 항체와 결합하는 힘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분석했다. 여기엔 이미 코로나19 치료에 쓰이는 몇몇 단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ies)도 포함됐다.
그 결과 오미크론 등 신종 코로나 변이는 앞으로 전염력을 더 강화하는 돌연변이를 추동력으로 삼아 진화할 거로 나타났다.
하지만 백신을 여러 차례 맞은 접종자 그룹에선, 백신의 효능을 회피하는 돌연변이가 더 큰 영향을 미칠 거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특정 돌연변이 조합이 대규모로 확산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연구팀은 전망했다.
웨이 교수팀은 오미크론 변이만 집중적으로 분석한 별도의 연구 결과를 저널 '화학 정보와 모델링'(Chemical Information and Modeling)에 제출했다.
이 연구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전염력은 원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10배 이상, 델타 변이의 2.8배 정도로 분석됐다.
또 현재 나와 있는 백신을 회피할 가능성은, 오미크론이 델타의 14배나 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제기된 예측 가운데 다수가 다른 연구진의 실험 결과로 검증되고 있다면서, 돌연변이로 쉽게 효능이 훼손되지 않는 차세대 백신과 단클론 항체 치료제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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