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검은 바닷물 위에 가마우지 한 마리가 죽은 채 떠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건져낸 사체의 깃털엔 검은 기름이 묻어 있습니다.
남미 페루의 태평양 해안에 기름이 유출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해변 곳곳은 여전히 검게 물들어 있습니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이곳에 흘러나온 기름은 모두 1만1천900배럴입니다.
당시 남태평양 통가의 해저화산이 폭발하면서 1만㎞ 밖 페루 해안에도 높은 파도가 쳤고, 스페인 에너지기업 렙솔의 해안 정유소에서 하역작업을 하던 유조선에서 기름이 유출됐습니다.
한 달 동안의 청소 작업에도 지금까지 2천 배럴밖에 걷어내지 못했다고 AP통신은 17일 전했습니다.
오염된 해변은 관광객이 찾지 않아 썰렁합니다.
인근 어민들도 한 달째 조업을 못 하고 막막하게 검은 바다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닷새의 희생도 심각합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금까지 인근 해변에서 기름을 뒤집어쓴 가마우지와 부비새, 펭귄, 펠리컨, 갈매기 등이 1천200마리나 발견됐습니다.
사체로 발견된 새들도 260마리에 달합니다.
페루 정부의 계속되는 혼란도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합니다.
페드로 카스티요 정부의 잇단 인사 참사 속에 환경장관이 여러 차례 바뀌었습니다.
페루 당국은 렙솔의 임원들에 출국금지 명령을 내리고 환경 범죄 여부를 조사 중입니다. 렙솔은 이탈리아 국적인 유조선 회사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근래 최악의 생태 재앙이 누구의 책임인지를 가리는 사이 동물들은 계속 죽어 나가고 주민들은 생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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