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놓고 날선 설전…미러, 대화 여지는 열어놔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무대로 날카로운 설전을 벌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 직접 참석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하게 오늘이라도 선언할 수 있다"며 불가침 선언을 촉구했다.
뮌헨안보회의 참석에 앞서 급히 유엔을 찾은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구실을 조작할 수 있다며 "러시아가 며칠 안에 우크라이나 공격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미 정보당국의 판단을 소개했다.
블링컨 장관은 "난 전쟁을 시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방하기 위해서 여기에 왔다"며 외교적 해법 마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다음 주 유럽에서 만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할 계획이 없다고 선언하기를 희망했으나, 그들은 계속 허위정보와 선동적 레토릭(수사)을 반복하고 있다"며 러시아에 대화 참여를 요구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안보리 회의를 마친 뒤 별도 회견을 통해 "지금 위협을 하고, 국경에 15만 병력을 배치한 나라는 하나뿐이다. 바로 러시아"라며 "미국은 계속 외교 테이블에서 긴장완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미국의 주장을 반박하며 이번 사태의 책임은 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도 2월 의장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전쟁범죄 의혹을 부각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베르쉬닌 러시아 외무차관은 러시아가 침공 구실을 조작할 수 있다는 블링컨 장관의 언급에 대해 "근거없는 의혹 제기"라면서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베르쉬닌 차관은 미국이 거듭 내놓는 러시아의 '침공 시나리오'를 가리켜 "위험한 주장"이라며 러시아군이 훈련을 마친 뒤 국경에서 철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위협이 아니라 매우 진지한 대화를 할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베르쉬닌 차관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 사이의 포격 공방과 관련, "우크라이나가 민스크 평화협정 이행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 공격으로 "수천 명의 희생자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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