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과학자 참여 '도마뱀 꼬리 역설' 풀었다

입력 2022-02-18 12:04   수정 2022-02-18 13:57

한인 과학자 참여 '도마뱀 꼬리 역설' 풀었다
아부다비 뉴욕대 송용억 교수 '사이언스' 표지논문 발표, 로봇·보철의학 등 응용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도마뱀은 위급할 때 스스로 꼬리를 끊고 도망간다. '자절'(自切)로 불리는 이런 행동은 포식자로부터 목숨을 구할 수는 있지만 이후 꼬리가 다시 자랄 때까지 이동이나 짝짓기 등에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만큼 정말로 필요한 때 꼬리를 쉽게 끊을 수 있으면서도 평소에는 단단히 붙여둬야 하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런 도마뱀 꼬리의 역설을 한인 과학자가 참여한 연구팀이 풀어냈다.
뉴욕타임스와 과학전문 매체 '사이언스뉴스' 등에 따르면 아부다비 뉴욕대학 생체공학 부교수 송용억 박사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연구팀은 도마뱀 꼬리의 자절 메커니즘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의 표지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팀은 아부다비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도마뱀 3종을 포획한 뒤 꼬리를 잡아당겨 스스로 잘라내게 한 뒤 전자현미경을 통해 절단면을 분석했다.
도마뱀의 꼬리는 각 마디가 소켓에 플러그가 꽂히듯 연결돼 있으며 위급 상황에서는 어느 부위든 끊어내고 달아날 수 있는 것으로 연구돼 있지만 꼬리의 역설까지는 규명돼 있지 않았다.
절단면을 나노 단위까지 들여다본 결과, 8개의 원추형 가닥이 원형으로 형성돼 있고 이 가닥은 버섯 형태의 미세기둥으로 빽빽이 채워졌으며, 끝에는 나노공극(구멍)이 있는 다층적 구조로 돼 있는 것이 드러났다.



생체모방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서는 미세기둥의 구조가 축적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미세기둥의 앞부분에 있는 나노 공극이 꼬리를 뒤에서 잡아당기는 힘을 흡수해 끊어지지 않게 버텨주지만 비틀리는 힘에는 취약해 17배나 더 잘 끊어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평소에는 꼬리를 강하게 붙여두고 있다가 위급할 때 꼬리를 비틀어 쉽게 끊고 달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촬영한 도마뱀의 자절 장면에서도 도마뱀이 꼬리를 비틀며 끊는 것이 드러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한 송 교수는 사이언스뉴스와의 회견에서 도마뱀 꼬리의 자절을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골디락스(Goldilocks) 원칙의 훌륭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도마뱀 꼬리의 역설을 둘러싼 생체역학을 규명하는 것을 넘어 로봇공학이 보철 의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고착과 이탈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생체모방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는 것으로 평가됐다.
인도 칸푸르공과대학의 화학공학 교수 아니망수 가탁 박사는 이번 논문관련 기고에서 "자절은 자연에서 성공적인 생존 도구로 입증돼 있으며 동식물에 퍼져있는 것은 과학적으로나 공학적으로 응용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면서 "특히 로봇이나 스텔스 기술, 보철, 중요 시설의 안전한 운영 등에서 도마뱀 꼬리와 비슷한 이상적인 연결 상태는 비싼 부품이나 장비를 예측하지 못한 사건으로부터 보호하는데 유용할 수 있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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