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흰머리독수리 납 노출 위험…약 절반서 검출"

"미 흰머리독수리 납 노출 위험…약 절반서 검출"
38개주서 채취한 흰머리독수리 혈액·뼈 등 분석
많은 양 노출될 경우 발작, 호흡곤란, 사망 등 초래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미국에 서식하는 흰머리 독수리 절반가량이 납에 중독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지질조사국(USGS) 등에 소속된 연구진은 독수리들이 납에 노출된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주 등 38개 주에서 채취한 독수리 1천210마리의 혈액과 뼈, 깃털, 간 조직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표본으로 채취한 흰머리독수리 46%의 뼈에서 유해한 수준의 납 성분이 발견됐다.
또 표본으로 채취한 검독수리들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납 성분이 나왔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독수리들이 썩은 동물 사체나 탄약 등에 들어있는 납에 오염된 먹이 등을 먹은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논문 공동 저자인 USGS 소속 야생동물 생물학자 토드 카츠너는 "흰머리독수리와 검독수리의 50%가량에서 반복해서 납이 노출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고 말했다.
신경독인 납은 적은 양으로도 독수리의 균형감각과 체력을 훼손해 비행이나 사냥, 번식 능력을 저하한다.
많은 양에 노출될 경우 발작이나 호흡곤란, 사망 등 결과를 초래한다.
이번 연구에서 납 노출 영향으로 흰머리독수리의 연간 개체군 성장률은 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독수리는 1% 감소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보존 성공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흰머리독수리의 경우 2007년 미국 멸종 위기종 목록에서 빠졌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납 노출 문제는 여전히 흰머리독수리들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개체군 성장을 억제하는 것 외에도 기후변화 또는 질병 감염 등처럼 향후 마주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회복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까닭에서다.
이번 연구 공동 저자인 야생동물 생물학자 빈스 슬래브는 "납은 주변 환경에 존재하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독수리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며 "핀 끝 크기의 납 조각도 독수리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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