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문가 "우크라 대치 장기화 가능성…주도권 러에"

입력 2022-02-18 17:08  

中전문가 "우크라 대치 장기화 가능성…주도권 러에"
중국내 전문가 진단…"中, 전쟁 발발로 신냉전 심화 원치 않을 것"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김진방 특파원 = 우크라이나 대치 상황과 관련, 중국 내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러시아가 사태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현 수준의 대치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중국 견제에 쏟아온 미국의 외교·안보 역량이 분산되고, 러시아가 중국에 의지하게 되는 현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보지만 전쟁 발발로 인해 미국과 중·러 양 진영 대치가 과거 미소 냉전 수준에 필적할 만큼 심각해지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 "미러 모두 전쟁은 원치 않아"…"대치 장기화 가능성 속 우크라 내부 친미·친러 진영 움직임 지켜봐야"
중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차하얼 학회 왕충 선임연구원은 훙싱(紅星)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날짜까지 특정한 러시아의 침공 시나리오 등 각종 정보가 난무하는 데 대해 "전쟁 전에 각국은 자신과 관련된 여론을 조성하는데, 이는 하나의 필수적 과정"이라며 "이번 여론전은 정보량이 많고 진위가 뒤섞여 정보의 진실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왕 연구원은 이어 미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이라는 신호를 빈번하게 내는 배경에 핵보유국이자 냉전 시기 미국과 대치한 전력이 있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공포감'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미국인을 최대한 빨리 철수시키기 위해 전쟁 임박설을 확산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직접 파병하지는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밝힘으로써 러시아의 군사행동 욕구를 자극하는 측면도 있는데, 이는 러시아를 전쟁에 끌어들여 자금과 인력을 소진시키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왕 연구원은 분석했다.
중국 매체 제일경제에 따르면 상하이 외국어대 러시아연구센터 정제란 강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설 것이라는 것은 서방이 의도적으로 퍼뜨린 가짜 정보로 유럽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선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은 예상되는 개전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밝혔고, 러시아는 그 시점에 미국과 반대되는 길(일부 병력 철수)을 택했다"고 말했다
자오후지(趙虎吉) 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쟁으로까지 가는 것은 (미국과 러시아 중) 누구도 원치 않는다"며 "그럼에도 양측 모두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데, 푸틴이 군대를 일부 철수했다고 밝힌 것은 양보의 제스처를 취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러시아군이 일부 철군했다는 발표를 믿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는데, 미국이 판단하기에 러시아는 언제든 공격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이라며 "결국 푸틴 입장에서 양보 제스처를 취했는데도 미국의 반응이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 상황에서 푸틴이 더 양보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러시아에서 일부 철군을 했지만, 언제든 공격이 가능한 대치 상황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자오 전 교수는 이어 "중요한 변수는 우크라이나 내부 상황으로, 우크라이나 내 친미·친러 양 진영의 움직임을 잘 봐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중국매체 제일경제와 인터뷰한 우후이핑 퉁지(同濟)대 독일연구센터 부주임은 "서방이 앞으로 러시아에 어떤 안전 보장을 제공할지, 유럽의 안보 구도는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사태의 주도권은 현재 러시아 쪽에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현 상황 즐기지만 전쟁발발로 신냉전 고착화는 원치 않아"
이런 가운데, 중국은 현재의 미·러 갈등 상황을 일부 즐기는 측면이 있지만 전쟁으로 비화함으로써 신냉전의 대치 구도가 형성되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은 미국발 전쟁 임박설을 '가짜뉴스'로 치부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과 같은 러시아의 안보상 우려를 미국이 해소해야 한다며 표면상으로 러시아의 편을 들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로 인해 유럽에서 진을 빼느라 미중 전략경쟁에 투입할 힘이 약해지는 상황을 즐기며 러시아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는 있지만 우크라이나에서 군사적 충돌이 불거짐으로써 미국과의 대립이 더 심각해지는 상황은 원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학계의 한 중러 관계 전문가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미국의 전력이 유럽과 아시아로 분산되는 상황을 은근히 즐기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수준의 미·러 간 대치가 계속될 경우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중국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도 미국에 맞선 러시아와의 전략 공조를 중시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전문가는 진단했다.
다만 그는 "현 우크라이나 상황이 전쟁으로 연결됨으로써 신냉전의 상황이 조성될 경우 중국과 서방의 관계는 지금보다 더 악화할 것인데, 지속적 경제성장이 필요한 중국으로선 과거 미소 냉전 때에 준하는 그런 상황은 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중국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 편을 드는 한편,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는 것에는 이 같은 속내가 투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chin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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