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우경화에 우려의 목소리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수장인 자민당 내 파벌 고치카이(宏池會)의 대선배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85) 전 관방장관이 기시다 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고노 전 관방장관은 18일 자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시다 총리의 우경화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세이와카이(淸和會·아베파) 숫자가 (자민당 내에서) 가장 많고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탈(脫)아베'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둘기파로 불리는 고치카이 소속인 기시다 총리가 매파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자민당 내 최대 파벌(아베파)의 수장인 아베 전 총리의 영향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기시다 총리는 작년 9월 사실상 일본 총리를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전 총리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됐다.
일본 정가에선 자민당의 간판으로 나서 중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끈 기시다 총리가 올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도 승리하면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작년 10월에 취임한 기시다 총리는 아직까지 고치카이 소속 총리다운 정책을 추진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노 전 관방장관도 "고치카이다운 정치적 주장이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며 쓴소리를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일본 정부가 공식으로 사죄하는 내용이 담긴 '고노담화'(1993년)를 발표한 고노 전 관방장관은 자민당 비둘기파를 대표하는 정치인이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자민당 홍보본부장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는 고치카이 소속으로 30년 만에 총리 자리에 오른 기시다 총리를 불안한 시선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기시다가 '적 기지 공격 능력' 등을 고집하는 듯한 부분은 다소 불안하다"고 말했다.
원거리 타격 수단의 보유를 의미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은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 전쟁을 포기하고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일본 헌법 제9조에 기반한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때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노 전 관방장관은 기시다 총리가 개헌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기시다가 지금까지 개헌에 열심히 임했다고 보지 않는다. 아베가 전당적으로 개헌을 추진하라고 호령하는 것을 듣고 태도를 바꾼 것이냐"며 "그렇다면 '급조된 개헌론자'라는 말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의 첫 번째 근본이념은 싸우지 않는 것"이라며 "중일 문제도, 북일 문제도 부전(不戰)이 기본이기에 열심히 평화적으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교의 기축을 미일 관계에 두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일본 주변의 평화 유지와 안정을 생각한다면 아시아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고치카이는 전통적으로 중국과 한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중시해왔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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