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티 카페인 0㎎ 맞나" 문의하자 113.7㎎으로 슬쩍 바꿔

입력 2022-02-20 07:00   수정 2022-02-20 07:54

"밀크티 카페인 0㎎ 맞나" 문의하자 113.7㎎으로 슬쩍 바꿔
커피전문점 "순차적 안내 예정이었다" 해명…사실상 허위표시
당국은 카페인 표시 '권고'만…"알 권리 위해 관리강화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임산부, 어린이, 카페인에 민감하신 분들은 이곳 메뉴 드실 때 참고하셨으면 해요."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커피전문점 'ㄱ'사가 일부 메뉴의 카페인 함량을 허위로 표시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에 따르면 이 업체는 최근까지 누리집에서 밀크티 제품 1회 제공량당 카페인 함량이 0㎎이라고 안내했다.
통상 밀크티에는 카페인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해당 제품은 온라인 블로그 등에서 '임산부가 부담 없이 마셔도 되는 밀크티'로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이 제품도 여느 카페의 밀크티처럼 카페인을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고객이 사실 확인 문의를 하자 ㄱ사는 누리집에 밀크티의 카페인 함량을 113.7㎎으로 바꿨다. 이는 자사 녹차 메뉴의 카페인 함량인 20㎎의 6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ㄱ사 측은 "이달 초 고객 문의 후 누리집에 (밀크티의 카페인 함량을) 반영했다"고 시인하면서 "커피전문점은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돼 있어 영양성분 표기가 의무사항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20일 관련 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이처럼 커피전문점에서 음료의 카페인 함량을 잘못 표시해도 제재가 잘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ㄱ사 관계자는 "최근 밀크티 원재료가 바뀌면서 카페인 함량이 달라졌고, 변경된 음료의 성분 정보는 순차적으로 매장과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할 예정이었다"며 "고객 문의 후 홈페이지에 우선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문의해서 당초 예정보다 성분 변경사항을 빨리 업데이트했다는 얘기다. 문의가 없었으면 카페인이 함유된 밀크티의 카페인 함량이 0㎎으로 더 오래 표시됐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한동안 음료 메뉴의 성분을 잘못 표시한 것인데 이런 행위가 엄격하게 규제되지는 않는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앞서 지난해 11월 '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개정해 점포가 100개 이상인 커피 전문점이 음료 카페인 함량을 표시할 때 참고할 기준을 만들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커피전문점은 1㎖당 카페인이 0.15㎎ 이상 들어간 '고카페인' 커피나 차에 카페인 함량을 표시할 수 있다.
ㄱ사 밀크티는 1회 제공량 591㎖에 카페인 113.7㎎이 포함돼 있어 고카페인에 해당한다.
하지만 카페인 함량 표시 여부는 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로 의무 사항이 아니다.



식약처는 식품안전나라 누리집을 통해 "커피전문점의 카페인 표시 값이 허용오차 범위를 초과하더라도 행정처분 대상은 아니다"고 안내한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의도치 않게 카페인을 섭취하는 일이 없도록 커피전문점의 카페인 표시를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품의 경우 특정 성분을 섭취했을 때와 이후 나타나는 부작용의 인과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다"며 "이 때문에 화장품보다는 성분표시를 엄격하게 시행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하지만 카페인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있고, 이들의 알 권리를 위해 표시관리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yo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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