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냉전 구도 속에서 구소련의 독일 베를린 봉쇄 당시 베를린 어린이들을 위한 사탕 보급품 투하 임무를 맡아 '사탕 폭격기'로 불렸던 전직 미군 조종사가 별세했다. 향년 101세.
17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미군 조종사였던 게일 할보르센은 전날 미국 유타주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승전국이었던 미국·영국·프랑스와 구소련은 패전국이었던 독일 전역과 수도 베를린을 각각 서쪽과 동쪽으로 나눠 분할 점령했다.
구소련은 동독 지역에 위치한 베를린에서 미국 등을 축출하기 위해 1948∼1949년 서베를린을 봉쇄했지만, 미국 등은 이에 맞서 베를린 공수 작전을 통해 보급을 이어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송기 조종사로 복무했던 할보르센은 전쟁 기간 친구들을 잃기도 했던 만큼 처음에는 적국이었던 독일을 위한 보급품 공수 임무에 대해 복잡한 심경이었다.
하지만 그는 현지에서 독일 어린이들을 만난 뒤 대공황 당시 어려웠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마음을 바꿨고, 이들을 위해 사탕 투하 임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프란치스카 기파이 베를린 시장은 "깊이 인간적이었던 그의 행위는 잊혀진 적이 없다"고 말했고, 스펜서 콕스 유타주지사도 "그가 어딘가 천국의 문 뒤에서 사탕을 건넬 것임을 안다"고 추모했다.
베를린 공수작전 당시 미국 등은 27만8천회의 비행을 통해 식량·연료·의약품 등 보급품 230만t을 공수했고, 구소련은 결국 1949년 6월 봉쇄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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