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 치닫는 우크라 위기…바이든 "푸틴, 침략 결정 확신"

입력 2022-02-19 11:37  

임계점 치닫는 우크라 위기…바이든 "푸틴, 침략 결정 확신"
미 "러, 훈련군 철수했다지만 오히려 우크라 접경 병력 늘려"
우크라이나 친러 반군 통제 지역서 무력충돌·원인불명 폭발 소식



(워싱턴·브뤼셀·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김경희 류지복 김정은 유철종 특파원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를 뒤덮은 전운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변에 배치한 훈련 병력을 일부 복귀시켰다고 밝혔지만 미국 등 서방은 이를 여전히 불신한다.
오히려 처음 10만명 규모였던 병력이 되레 19만명까지 늘어났다고 반박했다.
친러 반군이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선 정부군과 반군 간 저강도 교전이 시작됐고 대규모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심했다"고 단언하면서 긴장을 높였다.
서방 주요국 정상과 고위 당국자들은 연쇄적으로 접촉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해결책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 국무장관의 초청으로 성사된 23일 미·러 외교수장의 회담이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 "우크라 주위 군사력 집결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변 병력을 단계적으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등 서방은 오히려 국경에 배치한 병력이 더 늘어났다고 의심한다.
미국이 예상한 우크라이나 침공일인 16일을 하루 앞두고 러시아가 병력 철수를 발표하자 긴장 완화의 신호라는 해석과, '기만 전술'이라는 시각이 교차했다.

영국 BBC 방송은 우크라이나 접경에 배치된 러시아 병력에 대한 서방 추산치가 지난주 10∼13만명에서 현재는 13∼15만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마이클 카펜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주재 미국 대사는 회의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부와 접경에 16만9천∼19만명을 집결해둔 것으로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군사 배치"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상업위성 업체 맥사는 위성 촬영 사진을 근거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밀레로보 공군기지 등지에 전투헬기와 탱크, 장갑차 등을 추가 배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 우크라 정부군·반군 저강도 교전…의문의 가스관 폭발까지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지역 돈바스(도네츠크·루간스크주)에서는 이미 16일부터 폭격과 교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매일 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이 지역의 친러 반군이 상대가 선제공격을 벌였다고 주장하는 상황이지만 실제 폭격으로 유치원 건물 등 민간시설 등이 파손된 모습이 보도되고 있다.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뒤 자신들도 독립하겠다며 정부 수립을 선언한 뒤 우크라이나 정부와 대립해 왔다.
이들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러시아는 이를 부인한다.

반군은 러시아 관영 매체를 통해 정부군이 반군 통제 지역 마을들을 박격포와 유탄발사기, 기관총 등을 동원해 공격했다고 주장했고 러시아도 이를 거들었다.
러시아는 돈바스에서 자국 시민이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죽으면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의 반군 조직은 주민들을 러시아로 대피시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17일 반군 정부 발표를 인용해 루간스크에서만 2만5천명 이상이 러시아 국경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 등에는 신나치주의자가 장악한 우크라이나 정부가 돈바스에서 러시아인을 대량 학살하고 있다는 주장이 담긴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동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오히려 반군이 먼저 일방적으로 정부군 진영을 공격했지만, 도발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한다.
18일 밤에는 루간스크에서 원인불명의 폭발이 잇따라 발생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루간스크주의 드루즈바 가스관에서 이날 오후 강력한 폭발이 일어난 뒤 불이 났다. 드루즈바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시작해 중·동유럽 지역의 여러 국가로 이어지는 국제 가스관이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돈바스 지역에서 벌어진 이런 불안 조성 행위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가짜 깃발 작전', 즉 자작극이라고 주장한다.
돈바스 지역의 휴전 상황을 감시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특별감시단은 18일 성명을 내고 "최근 수일간 동부지역 전선에서 휴전 협정 위반이 급증했다"라고 우려했다.

◇ 바이든 "푸틴, 우크라 침공 결심"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백악관 연설에서 "현시점에서 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일 내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이라고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서 러시아가 침공 명분을 쌓으려고 거짓 정보를 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재앙과도 같은 선택이 될 것"이라며 "미국과 동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토의 마지막 한 조각까지 지킬 준비가 돼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도 23일 미·러 외교장관 회담을 거론하면서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이날 독일에서 개막한 뮌헨안보회의에서 러시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거듭 보냈다.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돈바스의 무력 행위에 대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러시아가 꾸며낸 거짓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대규모로 병력을 증강해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을 하고 있다면서 즉각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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