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우크라, 돈바스 먼저 포격"…우크라·서방 "러, 침공 구실용 각본"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가 고조되는 와중에 동부 분쟁지역 돈바스를 둘러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여론전쟁'이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돈바스 지역의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의 교전 상황은 17일(현지시간) 새벽부터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관영 매체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를 먼저 포격해 반군이 응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정부군은 선제공격을 한 사실이 없고 반격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가 전쟁의 구실을 만들기 위한 조작극을 벌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반군은 이후에도 계속 실시간으로 정부군의 포격 횟수와 무장 종류 등을 발표하며 정부군이 매일 수십차례 휴전 체제를 위반하고 공격을 가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18일에는 도네츠크 지역 반군인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정부군의 위협 탓에 무고한 주민들을 인접한 러시아 남부 지역으로 대피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이에 대해 러시아와 친러 세력이 돈바스 침공 구실을 만들려는 각본이라고 주장한다. 정부군의 공격으로 돈바스 지역 러시아인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러시아가 동포 보호를 명목으로 침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오히려 반군의 공격으로 유치원 등 민간시설이 파괴돼 무고한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우크라이나는 현재의 교전 상황은 반군의 조작으로 초래됐으며, 러시아가 전쟁의 빌미를 만들기 위한 조작극을 계획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정보·보안기관인 보안국(SBU)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군 특수부대가 도네츠크주 다수 시설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돈바스 지역의 휴전 상황을 감시하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특별감시단에 따르면 이 지역의 교전은 15일 318회에서 17일 870회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정부군의 주장대로 모든 공격이 반군에 의해서만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3~15일 우크라이나의 은행과 정부 사이트를 노린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의 배후가 러시아라고 주장하고, 러시아는 이와 전혀 관련이 없다며 부인한다.
한편, 최근에는 돈바스 지역 내 친러 세력을 향한 학살이 자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정보분석회사 '로지컬리'에 따르면 작년 12월만 해도 하루 7천~8천건 수준이었던 돈바스 관련 영상 등이 최근에는 2만건으로 급증했다.
신나치 세력이 권력을 잡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돈바스에 거주하는 러시아인을 상대로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우크라이나는 이 역시도 러시아가 침공의 빌미를 만들려고 생산한 가짜뉴스라고 반박한다.
OSCE 감시단 주재 미국 대표부는 "러시아의 돈바스 집단학살 주장은 가증스러운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반군이 돈바스에서 정부군에 의해 학살된 양민의 시체를 발굴했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러시아는 "희생된 민간인에 대해 함부로 언급하지 말라. 이는 사자에 대한 모독이다"라며 발끈했다.
pual0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