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1989년 중국 톈안먼 민주화시위 주역들이 미국 뉴욕에 관련 기념관 건립을 놓고 두 쪽으로 갈라졌다.
19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난 16일 뉴욕 린든 플레이스에서 중국인 단체가 주최한 '뉴욕 6·4 기념관 건립에 관한 세미나'에 과거 중국 당국이 수배령을 내렸던 톈안먼 시위 참가자 21명 중 한 명인 슝옌(熊?)이 참석했다.
행사장 현수막에는 '기념관 건립을 반대한다'는 부제가 적혀 있었으며, 행사 초대장에는 "전염병 기간 우리는 중국계 미국인의 단결을 촉구하고 6·4 기념관 건립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명보는 "해당 행사는 전 푸젠(福建)성 정협위원이자 현 미국 푸젠성사무소 의장인 정스간이 주최했다"고 전했다.
이어 "톈안먼 시위 이후 미국으로 도피해 미 육군에서 군목으로 27년간 재직한 슝옌은 현재 뉴욕주 하원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으며 당분간 인터뷰를 거절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톈안먼 민주화시위 주역으로 중국 당국의 수배 대상 1호였던 왕단(王丹)은 지난달 초 미국에서 화상 기자회견을 열고 뉴욕에 6·4 기념관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는 6월 4일 워싱턴에서 톈안먼 민주화시위 특별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후 50만달러(약 6억원)를 모금해 뉴욕에 추모 기념관을 개관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왕단은 홍콩에서 2014년부터 상설 운영된 '6·4 톈안먼 추모 기념관'이 지난해 당국의 단속에 문을 닫자 뉴욕 기념관 건립에 나섰다.
그가 당시 발표한 기념관 건립 준비위원회 명단에는 슝옌도 들어 있었다.
그러나 슝옌은 이달 성명을 통해 자신은 준비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명단에서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왕단은 명보에 "애초 슝옌의 승낙을 받고 그의 이름을 준비위원회 명단에 올렸던 것"이라며 "그가 기념관 반대에 동참한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해 학생들을 광장으로 이끌어놓고 33년 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중국공산당의 편에 서는 것이 합당하냐"고 지적했다.
톈안먼 민주화시위는 1989년 6월 4일 반부패와 개혁 등을 요구한 대학생 중심의 시민 시위대가 인민해방군에 의해 유혈 진압된 사건이다.
이후 중국에서는 톈안먼 시위를 언급하는 것이 금기됐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11월 채택한 세 번째 역사결의에서 톈안먼 사태를 '정치풍파', '동란'으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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