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카드' 창업 한국계 美학생 포브스서 주목

입력 2022-03-01 16:02  

'유튜버 카드' 창업 한국계 美학생 포브스서 주목
포브스 '30세 이하 유망주 30인' 선정…11년전 오마바 대통령 '본보기'로 소개
크리에이터 시대 반영한 핀테크 스타트업 운영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11년 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학생의 본보기로 언급한 한국계 김대경 씨(영문명 윌 킴·27)가 최근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2022년도 북미 지역 소셜미디어 부문 '30세 이하 유망주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씨는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 공학, 수학, 언어, 통계 등을 두루 다루는 심볼릭 시스템 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 증권회사 골드만삭스 인턴과 핀테크 스타트업, 벤처 투자업계 등을 거친 뒤 2019년 전직 인스타그램 직원 에릭 웨이와 함께 '캐럿 파이낸셜'(Karat Financial)을 공동창업했다.
이듬해 그는 업계 최초로 크리에이터 전용 프리미엄 신용카드를 내놓으며 주목받았다.
크리에이터가 기존 금융업계에서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등을 거부당한다는 얘기를 듣고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크리에이터의 특성상 어린 연령대가 많고, 수입이 불규칙하며 현금 수익이 많아도 신용점수가 낮을 수 있어 기존 금융기관에선 환영받는 '고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대를 타고 빠르게 성장했지만 수십 년 전 고안된 현재 시스템과 단절됐다고 생각한 김씨는 이 새로운 시장을 공략했다.

크리에이터의 수익 기반이 되는 양질의 콘텐츠가 꾸준히 생산되려면 적절한 투자가 필요하다.
자금이 부족하면 콘텐츠 생산과 유통이 불규칙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월말에 정산되는 수익금이나 별도 후원금에만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콘텐츠를 제작해도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꾸준히 콘텐츠를 키울 수 있는 재정 기반도 뒷받침돼야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다.
캐럿은 이런 크리에이터를 겨냥해 신용카드를 출시하면서 발급 기준을 기존의 신용 평가 방법 대신 이들의 영향력과 수익을 합산한 평가로 재해석했다.
게시물 업로드 주기나 구독자수, 조회수 등 다양한 지표를 참고하고, 홍보나 후원 등 비디오를 통해 창출되는 수익을 살펴보면서 발급 요건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또 대금 연체, 신용불량을 막기 위해 카드 한도를 업데이트되는 SNS 상황과 재정 상태에 따라 조정하고 있다.
연회비가 없고 크리에이터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 스트리머는 카메라 장비, 뷰티 인플루언서는 화장품 구매에 캐시백을 받는 식이다.
현재 캐럿 카드를 이용하는 크리에이터는 평균 180만 팔로워를 보유했고 매년 30만 달러(약 3억 6천만원)를 번다.
그간 카드 이용액은 원화로 수천억원 수준에 달한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 "전문 유튜버는 미국 아이들 사이에서 선망 직업으로 자리 잡아 이 사업 수요는 향후 10년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브스는 올해 창작자 경제(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시장 가치가 1천억 달러(약 120조 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김씨의 회사는 현재까지 약 3천만 달러(약 36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 직원 30명 남짓한 규모로 성장했다. 향후 대출사업을 넘어 크리에이터의 재정 관리까지 도맡는 전문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김씨는 2011년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의 미션 새너제이 고교에 재학할 당시 비슷한 사업을 해본 경험도 있다. 창업을 준비하는 저소득층 학생에게 무담보 소액대출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해피데이 마이크로펀드'를 만들어 운영했다.
우연히 시험 지문에서 소액대출 개념을 접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계기였다. 피구대회나 깃발 뺏기 대회 등을 개최해 1만달러 정도의 기금을 마련한 뒤 저소득층 학생에게 100∼1천달러 씩을 대출했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DC의 벤저민 버네커 공립고등학교에서 한 연설에서 김씨를 "창의적이고, 주도적이며, 무엇보다 배움이 필요한 젊은이들을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현재 "꿈꾸는 삶을 살고 있다"며 "차세대 비즈니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기회가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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