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할 길 녹색경영] ③ 정부 '넷제로' 올인…"인센티브 확대해야"(끝)

입력 2022-02-21 09:31   수정 2022-02-21 14:02

[가야할 길 녹색경영] ③ 정부 '넷제로' 올인…"인센티브 확대해야"(끝)
올해 12조원 쏟아부어 재생에너지 확대·탄소저감 신기술 개발 추진
전문가들 "한국, 친환경 활동 특히 뒤처져…정부·기업 합심해야"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김철선 기자 =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 기조 강화에 발맞춰 국가 차원의 '녹색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를 탄소중립의 원년으로 정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12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과 리스크 관리를 돕기 위한 다양한 사업도 추진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ESG 중 특히 'E(환경)' 측면에서 경쟁력이 약한 만큼 친환경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빠르게 늘리고,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기업의 적극적인 탄소배출 감축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탄소중립은 가야만 하는 길"…정부, 경제구조 저탄소 전환에 총력
2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표했다.
또한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0'(넷제로)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대로라면 에너지 부문에서 석탄화력발전을 순차적으로 퇴출시키고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산업 부문에서는 전기·수소차 보급을 85% 이상으로 늘리고 철강 제조 공정을 수소환원제철로 100% 대체해야 한다. 시멘트와 석유화학·정유는 재생 연료·원료를 100% 사용해야 한다.
이는 산업계에서 부담을 느끼는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로 평가된다.
정부는 경제구조의 저탄소 전환을 위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한편 산업계의 부담을 덜고자 연구·개발(R&D), 세제, 금융 등 분야별로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올해 편성된 전체 탄소중립 관련 예산은 총 11조9천억원이다.
우선 8조3천억원을 들여 재생에너지 설비·발전 금융지원, 철강·시멘트·정유 등 탄소 다(多)배출 산업의 공정 대체 기술개발, 온실가스 저감설비 지원 등을 추진한다.
또한 2조3천억원을 투자해 탄소저감 설비 자금조달을 보증·융자·이차보전 등의 방식으로 지원하고 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CCUS)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이외에 녹색 유망산업 육성과 순환경제 활성화에 8천억원을, 내연차·석탄발전 등 사업재편 분야 종사자의 노동 전환과 사업재편 기업 지원에 5천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특히 정부는 수소환원제철, 바이오 원료 등 산업계에 필요한 탄소중립 기술개발을 위해 총 6조7천억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투자세액공제를 적용하는 신성장·원천기술에 탄소중립 관련 신기술을 추가했다. 기업들이 탄소중립 관련 R&D에 대해 최고 40%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길이 열린 것이다.
기업의 ESG 경쟁력을 높이고 리스크 관리를 지원하기 위한 대책도 병행한다.
정부는 사용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캠페인인 'RE100'에 대한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녹색프리미엄제(입찰을 통해 한국전력에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재생에너지를 사는 방식) 등을 도입하며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 체계를 보완했다.
또 기업이 RE100에 참여해 해외사업장에서 줄인 탄소 배출량도 내부 감축 실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외에 국내외 600여개에 달하는 ESG 지표로 인해 기업들이 겪는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K-ESG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글로벌 동향을 반영한 K-ESG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1∼2년 주기로 발간하고 업종별·기업 규모별 가이드라인도 올해 마련할 계획이다.



◇ '그린경영' 취약한 한국…"재생에너지 늘리고 친환경 기업에 인센티브 줘야"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ESG 경영, 특히 E(환경) 측면에서 선진국 기업에 비해 미비한 것으로 분석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RE100에 가입한 우리나라 기업이 14곳밖에 되지 않는다"며 "국내 기업들의 준비상황은 부족한 편이고, 국가적으로도 굉장히 뒤처져 있다"고 평가했다.
홍 교수는 최근 글로벌 정세에 대해 "기후 위기가 경제문제가 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국제적으로 기후 위기에 직면하면서 ESG 경영 중에서도 E 문제에 집중하는 추세"라며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선 재생에너지 전환이 핵심인데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 수준이라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인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을 현실적인 압력 요인으로 느끼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설명하며 "이제 겨우 시작 단계인 거 같다"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최근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이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 10곳에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촉구한 것을 거론하며 "투자기관들이 더는 '좌초자산'(급격한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가치 하락 자산)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뜻이고,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기업들의 ESG 경영이 단순히 선언적 차원에 그쳐선 안 된다. 구체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언제까지 얼마나 줄일 것인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언제까지 얼마나 높일 것인지 등의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ESG 경영을 강화하는 기업에 법인세 인하 혜택을 주는 등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통해 기업들이 RE100과 같은 글로벌 기준을 국내에서도 더 쉽게 충족할 수 있도록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 교수는 "수출 중심의 국내 산업 구조에서 글로벌 고객사의 RE100 요구 확대는 치명적일 수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갈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전력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재생에너지 조달 문제로 국내 기업이 해외로 투자처를 이동시키는 재앙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조짐이 보인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기업들도 과거처럼 환경 규제에 반대만 하거나 값싼 전기요금에 집착하면 새로운 국제무역 질서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며 "앞선 일본경제단체연합회의 경우처럼 기업들이 먼저 나서 정부에 재생에너지 정책 전환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ryoon@yna.co.kr, kc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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