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계 기대…총리, 여행객에 "돈 가져오는 것 잊지 마시라"
이스라엘·필리핀 등도 완전 개방…뉴질랜드·일본 등은 '조심조심'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2년간의 강력한 입국 제한 조치로 '방역 요새'라는 별칭을 얻었던 호주가 21일(현지시간) 국경을 활짝 열었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호주는 이날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입국을 전면 허용했다.
미국과 일본, 캐나다, 싱가포르 등지를 출발한 50여 편의 여객기가 이날 잇따라 호주에 당도한다. 이 중 27편은 호주의 최대 도시 시드니로 향한다.
호주 각지 공항에서는 입국자가 마중 나온 가족과 친지, 친구와 감격의 포옹을 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댄 테한 관광장관은 이날 시드니 공항에서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 코알라 인형과 호주의 유명 잼 '베지마이트'를 손에 들고 입국자를 직접 맞았다.
테한 장관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 우리나라를 완전히 개방하는 것은 환상적이다. 파티를 벌일 시간"이라며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전날 호주의 주요 도시인 멜버른 국제공항에서 회견을 열고 "기다림은 끝났다"면서 "가방을 싸시라. 돈 가져오는 것 잊지 마시라. 쓸 곳이 아주 많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년간 심한 타격을 입었던 호주 관광업계도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관광은 호주의 주요 산업 중 하나로 연간 수익이 430억 달러(한화 51조5천억원) 에 달하며 이 나라 전체 노동인구의 5%가 종사하는 분야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호주 북동 해안의 산호초 지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인근에서 크루즈 여행과 다이빙 체험 업체를 운영하는 토니 워커는 AFP통신에 "재개방에 아주 신이 난다"고 말했다.
워커는 이 지역 관광 매출의 70%가 외국인 여행자에게서 발생한 터라 지난 2년간의 봉쇄가 엄청나게 힘들었다며 직원도 650명에서 300명 수준으로 줄여야 했다고 토로했다.
호주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국경을 완전히 닫았다가 지난해 11월부터 자국민과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등을 중심으로 제한적 입국을 허용했으나 관광 목적의 입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입국 통제가 가장 엄격했던 호주 서부지역의 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주(WA)는 다음 달 3일부터 해외 여행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호주와 함께 팬데믹에 외국인의 입국을 철저히 통제했던 다른 국가들도 바이러스 확산세 둔화에 따라 관광객을 속속 받아들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대유행이 가라앉음에 따라 다음 달부터 백신 미접종자의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외국인은 백신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여객기 탑승 전과 착륙 직후에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통과하면 된다.
이스라엘은 지난 2년간 해외 여행자의 입국을 제한해 왔으며 오미크론발 대유행 이후에는 여객기 운항을 사실상 중단했다.
지난해 올림픽을 제외하고 외국인의 입국을 강하게 막았던 일본도 하루 3천500명 정도로 제한된 입국자를 다음 달부터 5천명으로 확대하는 등 단계적 조치를 선택했다.
유학생과 사업가, 기능실습생 등의 입국이 이뤄질 전망이지만 관광객은 계속 받지 않기로 했다.
동남아 주요 관광국도 국경을 다시 연다.
필리핀은 2년간 이어진 국경통제를 중단하고 백신접종을 완료한 해외 방문객에게 지난 10일부터 입국을 허용했다.
무비자 단기방문을 허용하던 157개국에서 오는 이들은 입국 48시간 전에 실시한 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내면 격리도 면제된다.
지난 4일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에도 거의 2년 만에 처음으로 관광객을 태운 직항기가 도착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작년 10월 14일부터 발리, 빈탄, 바탐 등 3개 섬에 한국, 중국, 일본 등 19개국 백신접종 완료자를 받아들이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입국 뒤 격리기간이 길고 보험가입 등 방문 조건이 까다로워 그동안 직항기가 전혀 뜨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입국 후 지정 호텔 격리기간을 7일에서 5일로 줄이고, 발리 등 3개 섬을 세계 모든 국가의 백신접종 완료자에게 개방했다.
말레이시아도 국경을 이르면 다음 달부터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다.
이는 경기회복을 위한 조치의 하나로, 당국은 입국자의 의무 격리 기간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방역을 위한 국경통제가 세계 최고 수준인 뉴질랜드는 오는 10월까지 5단계에 거쳐 국경을 개방하기로 했다.
다음달 워킹홀리데이를 재개하고 4월에는 유학생을 받아들이며 6월 무비자 관광에 이어 10월에는 격리도 없앤다는 계획이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확진자 증가세가 내달 중순 최고조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며 방역규제 해제는 오미크론 변이의 정점이 완전히 지난 뒤에 해제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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