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중국식 강제검사 준비 박차…중국공산당기 첫 등장

입력 2022-02-21 11:50  

홍콩, 중국식 강제검사 준비 박차…중국공산당기 첫 등장
"홍콩경찰, TF팀 꾸려"…中, 인력 100여명·약 15만 상자 보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이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중국식 전 시민 대상 강제 검사를 준비하면서 이를 계기로 '홍콩의 중국화'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의 코로나19를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하자마자 중국과 홍콩 당국의 대응 속도가 최고조로 끌어올려 진 가운데 홍콩에서 처음으로 중국공산당 기(旗)가 펼쳐졌다.
◇ "홍콩 경찰, 전 시민 검사 대비 TF 팀 꾸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소식통을 인용해 "홍콩 경찰이 다음 달 전 시민 대상 검사를 준비하기 위해 보안국 아래 새로운 방역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2019년 반정부 시위 때 경찰을 이끌었던 인사가 21일부터 해당 TF 팀으로 파견될 것"이라고 전했다.
홍콩에서 첫 전 시민 대상 강제 검사가 예상되며 논란이 되는 가운데 경찰이 대응팀을 꾸린 것이다.
그간 홍콩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한 건물과 지역을 대상으로 강제 검사가 부분적으로 진행돼 왔으나 750만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강제 검사는 없었다.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충분한 격리시설 등 여건이 마련되면 전 시민 대상 검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성도일보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다음 달 초부터 홍콩 전 시민은 일주일에 1회씩, 3주에 걸쳐 총 3회 검사를 받아야 하며 검사를 거부할 경우 1만홍콩달러(약 153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전했다.
강제 검사 자체와 함께 일부 검체가 중국으로 보내질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앞서 중국은 2020년 9월 홍콩의 코로나19 3차 확산 당시 600명의 인력을 파견해 홍콩 전 시민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지원했다.
그러나 당시 검사는 의무가 아니어서 홍콩 정부의 독려에도 약 170만명만 검사에 참여했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 본토 인력이 자신들을 검사한다는 사실에 강한 거부감을 표했고, 일각에서는 검사에 응하면 생체 정보가 중국 당국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고 주장하며 검사를 보이콧했다.
홍콩 정부는 생체 정보가 중국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지만 시민들이 믿지 않았다.



◇ 중국화 가속화 하나…홍콩서 공산당기 처음 선보여
홍콩 영문일간 더스탠더드는 21일 "홍콩에 도착한 중국 전문가팀에 의해 중국공산당 기가 홍콩 땅에서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전시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18일 홍콩에 도착한 중국 두 번째 지원팀 114명이 중국공산당 기를 들고 단체사진을 찍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례에 따르면 방역에 책임이 있는 공산당원들은 지원에 나선 지역에 당의 임시사무소를 차린다"며 "그러나 중국 본토 지원팀이 홍콩에서 그와 관련해 어떻게 일을 처리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라우시우카이(劉兆佳) 중국 홍콩마카오연구협회 부회장은 "공산당 기를 펼쳐 보인 것은 지원팀의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홍콩의 코로나19 5차 확산으로 중국식 통제가 강화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홍콩의 코로나19 5차 확산이 중국식 '제로 코로나' 전략을 홍콩에 도입할 기회의 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중국 인력 100여명·의료품 수십만 상자 도착
지난 16일 홍콩 친중 매체 대공보와 문회보는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시 주석이 홍콩 정부에 코로나19 방역이 최우선이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상황을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하고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홍콩 정부는 물론, 인접한 중국 광둥성과 중국 정부 내 홍콩 담당 부서가 홍콩의 코로나19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월 27일 예정이었던 홍콩 행정장관 선거도 5월로 연기됐다.
샤바오룽(夏寶龍)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은 시 주석의 지시가 보도된 16일부터 20일까지 광둥성 선전에서 네 차례에 걸쳐 홍콩의 방역대책과 관련한 회의를 주재했고, 존 리(李家超) 홍콩 정무부총리는 전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콩 정부는 코로나19와 전면전 태세에 있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는 중국이 기부한 전통 의약품 15만 상자가 도착했으며, 추가로 30만 상자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이 KN95 마스크 2천500만장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19일에는 중국에서 파견된 건설팀이 임시 격리·치료실 1만개를 짓는 착공식이 열렸다.
또 중국에서 방역 지원 인력이 100여명 파견됐으며, 약 20명의 중국 전문가들이 홍콩 병원과 격리시설을 시찰했다.
'제로 코로나'를 고수해온 홍콩은 지난해 말까지 2년간 코로나19 누적 환자가 1만2천명대였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과 함께 환자가 폭증하면서 올해 들어 불과 51일 만에 신규 환자가 2년간 누적 환자의 3배 이상인 약 4만명 발생하고, 사망자도 약 90명 보고됐다.
20일 현재 누적 환자 5만2천830명, 사망 305명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홍콩 보건 당국은 검사 물량 폭증에 따른 병목현상으로 예비 확진자 수 발표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가 지연되면서 더는 실시간 환자 규모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홍콩에서는 그간 의료기관에서 1차로 예비 확진 판정을 한 후 당국에서 2차 판정을 거쳐 확진자를 발표했다.
당국은 지난 18일 이후 1, 2차 확진을 아울러 일일 환자 규모가 1만명으로 치솟았다고 밝혔다.
SCMP는 21일 자체 추산 결과 "현재 약 3만명이 격리 시설 입소 대기 중"이라고 보도했다.
홍콩에서 중국으로 '피신'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접경지역인 중국 광둥성 선전(深?)이 단속을 강화했다.
선전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왕웨이중(王偉中) 선전시 당서기는 지난 19일 밤 회의에서 "수입되는 감염원을 단호히 끊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광둥성은 20일 홍콩에서 들어온 20명을 포함해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32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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