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기차 안 승객들이 창밖을 살핍니다. 처음보는 풍경에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인데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간스크주) 주민들이 20일(현지시간) 열차를 타고 국경넘어 도착한 곳은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 볼츠키 마을.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1㎞가량 떨어진 곳입니다.
고향에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실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열차에 몸을 실은 이도 다수입니다.
엄마 품에 안긴 아이는 모든 게 낯설기만 합니다.
돈바스 지역은 지난주부터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의 물리적 충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군이 주민들에게 정부군의 공격 개시가 임박했다며 지난 18일 대피를 촉구했고, 수천명이 행선지도 모른 채 러시아로 가는 버스와 기차에 올랐습니다.
영문 모르는 아이들은 즐거운 표정인데요, 주민들을 태운 버스 안에는 긴장감이 가득합니다.
이제 러시아가 마련한 임시 대피소에서 피란민 생활을 해야 합니다.
볼츠키 마을에 도착한 주민들은 임시 수용시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먼저 받았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 18일 밤부터 이날까지 로스토프 지역에 돈바스 지역 주민 약 4만명이 도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임시 거처 92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야전침대에서 수백명이 함께 지내는 생활은 불편하기도 할 겁니다.
그러나 진짜 불편한 것은 언제 고향에 돌아갈지 기약할 수 없다는 것. 또다시 전쟁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피란길에 오른 한 주민은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평화를 원할 뿐"이라며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모두 같은 마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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