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위기 향한 중국의 복잡한 속내 배경엔 대만

입력 2022-02-21 18:33  

우크라 위기 향한 중국의 복잡한 속내 배경엔 대만
영토침범 지지시 대만 독립저지 약화 가능성 우려
2014년 크림반도 사태때도 중국, 유엔 안보리서 '기권' 택해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끝낸 중국의 우크라이나 관련 기류가 미묘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에 반대하는 러시아의 입장을 계속 지지하면서도 우크라이나의 영토가 침해돼선 안 된다는 기조를 밝힌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9일(현지시간) 영상으로 참석한 뮌헨 안보회의에서 "나토는 냉전의 산물인 만큼 시기와 형세를 살펴 필요한 조정을 해야 한다"며 "나토가 계속 동쪽으로 확대되면 유럽의 평화·안정 수호와 장기 안정에 도움이 될지 유럽 친구들이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또 "유럽 안보에 대해 각 측은 자기의 우려를 제기할 수 있고, 그중 러시아의 합리적 안보 우려는 존중되고 중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왕 부장은 "각국의 주권·독립·영토 완전성은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이기 때문에 응당 존중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이것이 유엔헌장의 취지를 실현하는 일이며, 중국 측이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는 원칙적 입장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러시아 편을 든다는 지적에 대해 "유관 각 측은 색안경을 벗고 냉전 사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을 떨치고 객관적으로 중·러 관계와 양국 협력을 바라보고, 시대 발전의 조류와 대세를 제대로 보기를 바란다"고 일갈했다.
중국이 나토의 동진을 반대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에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입장을 밝힌 배경에는 미국과의 전략 경쟁과 대만 변수가 존재하는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21일 중국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를 인도·태평양판 '나토'로 간주하는 논리 구조하에서 나토의 동진을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소그룹을 확장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과 같은 논리로 러시아 견제를 위한 나토의 확장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주권 및 영토 침해 방지를 강조한 대목은 '하나의 중국' 기조하에 대만 독립에 반대하고 대만 통일을 모색 중인 중국의 입장과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다고 소식통은 분석했다.
영토의 완전성 수호 차원에서 대만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터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을 용인했다가는 '모순된 행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고, 대만 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 협공의 빌미를 주게 된다는 게 중국의 인식일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중국은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침공에는 반대하는 기조를 택함으로써 중·러 관계와 국제사회에서의 자국 입지를 모두 고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심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에도 이 같은 미묘한 노선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쏠린다.
우선 중국이 노골적으로 러시아를 편들 경우 외교적 고립 면에서 러시아와 한배를 타게 될 것이라는 점을 중국으로선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외교 소식통은 전망했다.
중국이 현재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도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규범을 위반한 러시아의 편에 설 경우 서방과의 관계가 더 어려워지고, 경제적으로도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도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의 편을 온전히 들어주지 않고, 기권을 택했다.
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이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로의 귀속을 사실상 결정한 뒤 유엔이 미국의 요청으로 안보리 15개 이사국 전체회의를 열어 '크림 주민투표 무효'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을 때 중국은 기권했던 것이다.
중국은 주민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의 편에 서지도, 투표가 합법적이라는 러시아의 편에 서지도 않은 채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당시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의 기권은 명확한 태도"라면서 "중국 정부의 '각국의 주권과 영토 안정을 존중한다'는 일관된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중국은 크림반도의 현상 변경을 의미하는 주민투표 결과를 지지함으로써 러시아 편을 들면 신장(新疆), 시짱(西藏·티베트), 대만 등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이번에 러시아가 끝내 동부지역 러시아계 주민 보호 등을 이유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주권국가 영토의 완전성을 해칠 경우 중국은 2014년과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중국이 신장, 시짱 등지 소수민족과 대만의 탈 중국 원심력을 억제하는 논리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인데, 그 논리에 힘을 뺄 수 있는 입장을 택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준동맹급 전략적 공조를 하는 러시아와의 관계가 2014년과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고, 향후 미국과의 전략경쟁 과정에서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은 입장을 정하는데 심각한 고민을 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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