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마오 회담 배석했던 윈스턴 로드 "중국 더 억압적·공격적이 돼"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중 수교의 돌파구를 만든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50년 전 방중을 수행했던 윈스턴 로드(84) 전 국무부 차관보는 2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개인 숭배 부활과 철권통치는 마오쩌둥(毛澤東)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닉슨 방중 50주년을 맞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한 인터뷰에서 과거 역사적 회담을 회고했다.
그는 "마오 주석은 그날그날의 업무를 저주언라이(周恩來) 총리와 다른 이들에게 위임했는데, 이는 점점 더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듯한 시 주석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 숭배와 철권통치는 두 지도자 사이에 놓인 유사성이라고 덧붙였다.
1972년 2월 21일 닉슨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찾아 마오 주석과 회담하고 상하이 코뮈니케(공동성명)를 채택했다.
미국과 중국이 적대 관계를 청산하는 계기가 됐던 역사적 방문은 당시 헨리 키신저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수행했으며, 로드는 키신저의 특별보좌관 자격으로 동행했다. 그는 이후 1980년대 중국대사를 지냈고 국무부 차관보에 올랐다.
로드 전 차관보는 당시 수행단에 윌리엄 로저스 국무장관도 있었으나 정작 로저스 장관은 회담 현장에 동석하지 못했고 자신이 들어가 닉슨-마오 회담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것은 로저스 장관에게 너무 모욕적인 일이었기에 회담장 단체 사진과 성명에서 자신을 빼 줄 것을 키신저를 통해 중국 측에 요청했고, 그로 인해 수년간은 자신이 역사적 회담 현장에 동석했음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중국은 자국 내에서 더 억압적이 됐고, 해외에서 더 공격적이 됐다"며 그렇게 변화한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미국은 제대로 기능하는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등 태세를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오쩌둥 시대 이후 최근까지 중국에서 우리는 어떠한 탄압도 못 봤는데 지금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며 중국의 신장(新疆) 소수민족 탄압, 홍콩에 대한 통제 강화, 대만에 대한 압력 강화를 지적했다.
그는 그러한 중국의 행동은 미중 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50년 전과 달리 현재는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다 해도 실패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그렇다고 관계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서는 안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50년 전과 같은 정상회담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공화당원이었으나 현재는 무소속이 된 그는 "여전히 양당 정치가 협력하고 국익을 우선시할 수 있다고 믿지만, (지금의) 공화당원들과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피즘(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식의 사고방식)의 노예가 된 공화당 지도부는 거짓말과 인종 불평등, 민주주의와 법치를 부식시킨다"며 "닉슨, 레이건, 아마도 링컨 대통령조차도 오늘날의 공화당에서는 버림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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