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일촉즉발] 中 러 입장 지지하며 유엔헌장 거론 속내는(종합)

입력 2022-02-22 18:59  

[우크라 일촉즉발] 中 러 입장 지지하며 유엔헌장 거론 속내는(종합)
"각국 안보 우려 존중" 먼저 거론한 뒤 "유엔헌장 수호" 언급
속으론 '반미 밀월' 러 지지하되, 대만 문제 등 감안해 중립 모양새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 위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표면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각각 한 쪽 다리를 걸친 '중립'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22일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미중 외교장관 통화 계기에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 존중'과 '유엔 헌장의 취지 및 원칙 수호'를 함께 거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인 도네츠크공화국(DPR)과 루간스크공화국(LPR)을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평화유지 명분으로 러시아군 파견을 지시한데 대한 반응이었다.
왕 부장이 언급한 '합리적인 안보 우려 존중'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東進) 금지를 요구하는 러시아의 우려가 존중돼야 한다는 뜻으로, 유엔 헌장 수호 언급은 타국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반하는 무력 사용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각각 해석됐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밝힌 두가지 입장 중 중국의 무게 중심은 전자, 즉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는 쪽에 있다고 보고 있다.
반미를 고리로 한 중러간 전략적 협력 심화 속에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대 중국 압박에 쏟아온 미국의 외교·안보 역량이 러시아 쪽으로 분산되는 '망외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전문가는 22일 "외교 문법상 합리적 안보 우려 존중과 유엔 헌장 수호 중 먼저 언급한 것(합리적 안보 우려 존중)에 무게 중심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이고, 유엔 헌장 언급은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맞서 다자주의를 내세우면서 금과옥조처럼 중시해온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표면상 '중립' 스탠스를 취한 배경에는 미중 전략 경쟁 속에 자국 대외관계 원칙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측면과 함께, 우크라이나와의 양자 관계와 대만 문제에 대한 고려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식량 수입, 군사협력 등으로 긴밀하게 엮인 우크라이나와의 관계 및 대 서방 관계와 함께, 대만 독립에 반대하며 통일을 지향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중립적인 입장을 피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앞세워 대만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현상 변경 조치를 인정했다가는 대만 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 협공의 빌미를 주게 된다는 게 중국의 인식인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DPR과 LPR 주민 다수의 민의를 강조하는 러시아 측 논리에 동조했다가는 대만 문제와 관련한 명분 싸움에서 잃을 것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만에서 독립 찬반 투표를 실시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것을 막을 명분을 약화할 수 있는 것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DPR과 LPR의 독립을 인정한 것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것도 비슷한 고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은 러시아가 중국 견제에 대량 투입해온 미국의 외교·안보 역량을 유럽에 묶어둘 수 있도록 조용히 러시아를 지지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 과정에서 유엔 차원의 대 러시아 제재가 성사되지 않도록 러시아와 실질적 공조를 하는 한편 러시아산(産) 천연가스 등을 더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등의 지원을 통해 러시아에 버틸 힘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학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서방이 전례 없는 제재를 가할 경우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도전하지 않겠지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전략적 파트너인 러시아가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간접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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