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서 서방·러시아 공방…우크라는 "우리 국경 변함없을 것"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가 21일 저녁(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긴급히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거칠게 설전을 벌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 독립을 승인하고 이른바 '평화유지군'을 이 지역에 파견하기로 한 데 대해 미국과 서방 국가가 맹비난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돌리며 반격했다.
◇ 미 "우크라 추가 침공 구실 만들려는 시도…내일 추가조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는 평화유지군이라고 불렀지만 이는 허튼소리"라며 "우리는 그들이 정말로 누구인지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보전에 대한 러시아의 명백한 공격에는 이유가 없다"면서 "푸틴의 이런 움직임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침공의 구실을 만들려는 러시아의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제국주의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한다"면서 "지금은 1919년이 아니라 2022년"이라고 일침을 놨다.
그는 또 "푸틴이 (우크라이나 내전 관련 평화협정인) 민스크 협정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며 "미국은 그가 그대로 멈출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러시아의 행동은 우크라이나,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더 침공한다면 엄청난 생명 손실을 목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에 대한 신규 투자 등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놨다고 전하고 "미국은 내일 러시아에 책임을 묻기 위한 추가 조처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서방 안보리 이사국들이 대체로 미국의 입장에 동조한 가운데 로즈마리 디칼로 유엔 정무 담당 사무차장도 안보리 브리핑에서 "우리는 소위 '평화유지 임무'라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동부 배치 명령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디칼로 사무차장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자료를 인용해 돈바스 지역에서 지난 18∼20일 3천231건의 정전협정 위반 사례, 즉 무력 행위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안보리 회의에 초청받은 우크라이나의 세르게이 끼슬리쨔 유엔대사는 "러시아의 행동과 무관하게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우크라이나의 국경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러시아 "우크라, 군국주의 계획 버려라"…중국은 "외교적 해결"
그러나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서방의 비판을 반박하며 평화유지군 배치의 정당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네벤쟈 대사는 안보리에서 "우리는 외교적 해법에 대해 열린 입장"이라면서도 "그러나 돈바스에서 새로운 피바다를 허용하는 것은 우리가 의도하는 바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바스 지역이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모험'의 코앞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네벤쟈 대사는 우크라이나군이 LPR과 DPR에 대한 포격을 멈춰야 한다면서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고 우크라이나가 군국주의적 계획을 버리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의 우방인 중국은 평화적 해법을 촉구하는 내용의 짧은 원론적 성명만을 내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모든 관련 당사자가 자제하고 긴장을 고조할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피해야 한다"며 "외교적 해결을 위한 모든 노력을 환영하고 응원한다"고만 말했다.
이날 회의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라 미국, 영국, 프랑스, 알바니아, 노르웨이, 아일랜드 등 8개 안보리 이사국이 공식 신청해 성사됐다.
그러나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상임 이사국인 데다 2월 의장국이라는 점에서 애초에 안보리 차원의 공식 대응 채택은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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