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안보우려 존중과 우크라 영토보전 모두 거론…러시아 지지 표명 안 해
"대화·협상 통한 사태 해결" 강조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러시아 밀월관계를 과시해온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지 않은 채 '대화와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인 도네츠크공화국(DPR)과 루간스크공화국(LPR)을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평화유지 명분으로 러시아군 파견을 지시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2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한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모든 국가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도 존중받아야 하고,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반드시 수호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왕이 장관보다 좀 더 구체적인 언급을 내놨다.
왕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침해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일국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는 존중받아야 하고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도 공동으로 지켜야 한다"면서 "각국 주권과 독립, 영토의 완전성을 존중하는 것은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이자 유엔 헌장의 취지를 체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 부장이 언급한 '합리적인 안보 우려 존중'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東進) 금지를 요구하는 러시아의 우려가 존중돼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 수호' 언급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의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공해서는 안 된다고 에둘러 말한 셈이다.
유엔 헌장 전문은 "회원국은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결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헌장 제2조 4항은 다른 국가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반(反)하는 무력 위협 및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중립 기조 아래 긴장을 심화하는 행위의 자제와 대화와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을 요구했다.
왕 부장은 블링컨 장관에게 "우크라이나 문제가 지금의 사태에 이른 것은 신민스크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중국은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자신의 옳고 그름에 맞춰 각국과 접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국은 각국이 안보 불가분 원칙 이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제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면서 "또 대화와 협상을 통해 사태를 완화하고, 이견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원빈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신민스크 협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미국 측 시각과 입장을 중국 측에 통보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한편 두 장관은 이날 미중 관계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왕 부장은 "최근 미국은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워 공개적으로 중국을 역내 최우선 과제로 놓고,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제재하려는 시도를 역내 전략으로 포함하려 한다"면서 "이는 명백히 중국을 포위하고 억제하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양국은 경쟁도 있고, 협력도 있어 양자관계를 경쟁으로 간단히 정의할 수 없다"면서 "미국의 일부 관료들이 중국에 대해 장기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자칫 중미 간 전면적인 대결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련의 약속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재차 촉구한다"면서 "말과 행동이 다르거나 말에 신의가 없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 차례 밝혔듯이 미국은 신냉전과 중국 체제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또 대만 독립에 반대하고, 중국과 충돌하거나 맞설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왕 부장은 "한반도 핵 문제의 핵심은 미국과 북한 간 문제"라며 "미국은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를 중시하고, 실질적인 의의가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주장한다"며 "중국은 한반도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변함없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두 장관은 지난달 27일에도 전화 통화로 미중관계, 대만 문제, 베이징 올림픽, 우크라이나 문제 등 양자관계와 국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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