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면침공, 외교적 저지 가능할까…미러 정상회담 성사에 '촉각'
위기해소 시 아프간 철군 혼란 만회·국내 지지율 반전 계기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우크라이나 사태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솟으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력이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철군으로 국제사회에 큰 혼란을 안겼다. 이때 '외교 전문가'로서의 본인 평판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에 대한 평가도 크게 훼손됐다.
그가 절체절명에 빠진 우크라이나의 위기를 외교력으로 돌파하고 본인뿐 아니라 미국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턱 안까지 들이닥친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저지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외교적 수단을 통해 긴장을 해소할 계기를 찾아야 한다.
일단 백악관은 '러시아가 침공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미러 정상회담 개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갈등은 하루가 다르게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러시아 병력 15만 명이 우크라이나를 정조준하고 있다.
거기다 러시아는 친러 반군이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평화 유지'를 명목으로 군을 투입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작은 불씨라도 우크라이나 전역의 재앙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계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에 '즉각적이고 엄중한 제재'를 경고하는 방식으로 혹시 모를 충돌 발생을 억제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 반군 점령 지역에 군사를 보내기로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해당 지역의 미국인 투자·무역 등을 금지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경제 제재를 즉각 도입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은 또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정보망을 총동원하고, 이렇게 수집한 첩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러시아의 '예상 침공 경로'를 차단하고 있다.
정보 공개는 푸틴 대통령이 '미국 측의 정보는 모두 오류'라며 군을 철수할 수 있도록 러시아에 퇴로를 마련해주는 측면도 있다.
CNN방송은 21일 "푸틴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전쟁 위협을 멈추게 된다면, 이는 백악관의 정보전 승리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러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어깨는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호주 ABC방송은 이번 회담에 대해 "최선의 경우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갈등을 피할 수 있겠지만, 최악의 경우 푸틴 대통령이 침공을 강행하고 우크라이나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 동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일종의 정치적 도박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대상으로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데, 미국이 정상회담에 응함으로써 여기에 일정 부분 보상을 해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공화당 일각에서 실제로 나오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그러나 '외교 전문가'로 통하던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과의 담판으로 우크라이나의 위기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면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동시에 자신의 국내 지지율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자국 내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내고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경우, 휘발유 가격 폭등이 불가피해진다. 이런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거세지면서, 올해 말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바이든 정부를 향한 책임론이 더욱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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