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돈바스 내전…"말도 안 되는 연설이지만 충격은 안 받아"
"서방, 대러 억제에 아쉬워…우크라에 도움줄 계기" 평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부정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설에 국제사회에서 비판이 쏟아진 가운데 정작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전날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의 소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우크라이나의 독립국 지위를 부정하는 연설을 하자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그간 8년 동안 겪어왔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 뿐이라며 전세계에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알릴 기회라고 평가했다.
60대 수도 키예프 주민 니나 바시렌코는 전날 연설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항상 거짓말을 해왔다"고 말했다.
또 푸틴 대통령이 동부의 자칭 공화국 독립을 승인하고 파병을 지시한 결정에는 "러시아군은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다"며 크게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바시렌코는 "푸틴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외교가 무엇인지 이해를 못 한다"며 "'이건 내 것이고 내가 가져야 해'가 그의 사고방식"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서방 진영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행보를 저지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유럽 국가와 미국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이미 알았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단지 기름과 천연가스만 얻고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싶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중서부 흐멜니츠키 출신인 30대 주민 카테리나 체레파노바는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불쾌하다고 표현하면서도 자국의 현실을 세상에 알릴 기회로 평가했다.
체레파노바는 "말도 안 되는 연설이었지만 우린 충격받지 않았다"며 "그가 이전에 썼던 것, 본인 상상 속의 역사를 반복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린 8년 동안 전쟁을 겪었다"며 그 연설이 자신의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이미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촉발된 돈바스(루간스크주와 도네츠크주) 내전이라는 현실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이다.
또 푸틴의 연설이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도움을 주는 계기가 됐으면 바란다고 했다.
구체적인 희망 사항에는 "서방 진영에서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유럽연합(EU)에 가입시킬 수 있다"면서 "혹은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러시아와 교역을 끊고 새로운 가스관도 막는 방법도 있다"고 답했다.
독일은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대러 제재의 핵심으로 꼽혀온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 사업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푸틴의 연설에 다소 걱정이 된다는 시민도 있었다.
30대 청년 이반 딤추크는 "주권 국가로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반응을 봤을 때 그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CNN은 이날 일부 시민들이 러시아 대사관 앞에 모여 우크라이나 국기와 반러시아 메시지가 적힌 포스터 등을 흔들고 시위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자칭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군대 파견을 지시했다.
또 우크라이나 자체는 원래 옛 소련의 일부였으며 독립국으로서의 기반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영국 등 유럽은 이를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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