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오는 8월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앞다퉈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에 나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X인터내셔널[001120]은 이날 개최하는 정기 주주총회에 손란 손스마켓메이커즈 대표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 LX인터내셔널은 1953년 설립 이래 69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두게 된다.
LX인터내셔널은 손 후보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배경에 대해 "주한 미국대사관 농업무역관 홍보관을 거쳐 현재 손스마켓메이커즈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해외 식품 및 북미 사업 관련 여성 전문가"라며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을 유지하며 당사의 경쟁력 제고와 미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LX인터내셔널이 여성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진짜 이유는 8월부터 시행되는 새 자본시장법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새 자본시장법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사업계가 아직 보수적인 성향이 있어서 여성 사외이사를 둔 기업이 많지 않다"면서 "LX인터내셔널도 자본시장법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은 내달 17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정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해당 안건이 의결되면 삼성엔지니어링 창사 이래 첫 여성 사외이사가 나오게 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엔지니어링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발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회 위원 및 산림청 산림복지심의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환경 전문가다.
LG화학[051910]도 전날 이사회를 열어 사외이사에 이현주 카이스트(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와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자가 모두 여성으로, 내달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되면 LG화학 창사 이래 첫 여성 사외이사가 된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개정 자본시장법으로 인해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가 치열한 상황"이라며 "기업의 사업 영역과 연관성이 있는 여성 인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여러 회사가 한꺼번에 사외이사를 구하다 보니 후보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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