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 9차례·인상 5차례…'과감하고 선제적 대응' 평가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다음 달 말 퇴임을 앞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마지막으로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무려 약 8년 동안 금통위를 이끌면서, 빠르게 변하는 경제 상황에 비교적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기준금리 1.25%로 임기 마감…코로나에 사상 초유 0.5%로 인하 단행
2014년 4월 1일 이 총재가 취임할 당시 기준금리는 2.5% 수준이었다.
하지만 취임 보름 만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 등으로 경기가 가라앉자 금통위는 같은 해 8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고, 이후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와 2016년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등을 거치며 경기 지원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1.25%까지 낮췄다.
반대로 2017년 들어 국내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금통위는 11월 기준금리를 1.50%로 올린 뒤 이듬해 11월 1.75%까지 추가 인상했다.
하지만 2019년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일본 수출규제 등의 악재가 이어지자 이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는 같은 해 7월과 10월 인하 결정을 통해 기준금리를 1.25%로 내렸다.
2020년 초 코로나19 충격이 시작된 뒤 3월 16일 임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p)나 한꺼번에 낮추는 이른바 '빅컷'을 단행했고, 5월 28일 추가 인하로 사상 최저 수준인 0.5%까지 떨어뜨렸다.
지난해 국내 경제가 수출을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저금리 장기화의 부작용으로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등 자산 가격 급등 등이 심해지자 8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잇단 인상으로 1.25%까지 끌어올렸다.
결국 이 총재가 이끄는 금통위는 8년 동안 기준금리를 9차례 인하하고, 5차례 인상했다. 이 총재 임기 중 기준금리는 최고 2.50%, 최저 0.50%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 "연준 말만 할 때 한은은 행동" 평가도…'한은 43년 최장수 근무'의 자신감
지난 8년간 금통위의 기준금리 조정 시점을 보면, 대체로 이 총재는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 기준금리를 빠르게 낮추고, 경기 회복세가 확인되면 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았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에 걸친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 시기는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물가 상승 압력 등을 과소평가하고 금리 인상을 머뭇거리던 때다.
지난해 11월 블룸버그 출신 윌리엄 페섹 칼럼니스트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게재한 '제롬 파월 의장의 연준은 한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한은이 지난 8월 이후 두 번째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연준이 말만 할 때 한은은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 선제적 대응이 이 총재의 통화정책 관련 전문성에서 나오는 자신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은 최장수 근무 기록(43년)을 보유한 그는 경제전망을 담당하는 조사국장과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정책기획국장 등의 주요 보직을 모두 거쳐 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보를 역임했다.
2014년 총재로 임명된 뒤 2018년 연임에 성공했는데, 한은 총재가 연임한 것은 2대 김유택(1951∼1956년), 11대 김성환(1970∼1978년) 총재에 이어 역대 3번째다. 하지만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맡기 시작한 1998년 이후로는 최초 연임이고, 정권이 바뀐 상태에서 연임된 사례도 이 총재가 처음이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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