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일촉즉발] "푸틴엔 내주 증시보다 30년뒤 역사평가 중요"

입력 2022-02-24 12:31  

[우크라 일촉즉발] "푸틴엔 내주 증시보다 30년뒤 역사평가 중요"
"서방 공동 제재로도 푸틴 막지 못할 것" 진단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과 유럽 주요국 등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을 저지하는 데는 역부족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은 명약관화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東進)을 막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지를 꺾기에는 모자란다는 이유에서다.
23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주러시아 미국 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은 22일 CNBC 방송에 출연해 "푸틴은 내주 러시아 주식시장이 어찌 될지 생각하지 않고 제재로 피해를 볼 올리가르히(신흥재벌)들도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맥폴은 "그가 상관하는 건 30∼40년 뒤 역사책에 그가 어떻게 기술될 것인지다"라면서 "적대적이고 잘못된 행위에는 응당 대응해야 하나, 그런 대응으로 그(푸틴)의 계산이 바뀌리라 생각한다면 순진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반군의 자칭 공화국을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병력을 진입시키겠다고 밝힌 러시아는 이후 잇따라 발표된 서방의 제재에도 요지부동인 모습을 보인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23일 대사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제재 위협으로 러시아가 외교 정책을 수정하리라 기대하는 사람이 워싱턴에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오히려 그는 대러제재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올라 미국 시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독일이 대러제재의 일환으로 22일 자국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서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3배로 치솟을 것이라고 비꼬면서 괘념치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가 6천억 달러가 넘는 외환을 쌓아놓았다는 점도 제재가 즉각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 기대하기 힘든 배경으로 꼽힌다.
서방 당국자들과 전문가 상당수도 비슷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NBC는 전했다.
에드가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외교장관은 22일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해 대러 제재로 러시아 경제 발전이 저해될 수는 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걸 멈추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은 러시아의 움직임을 보면서 단계적으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러시아의 침공을 받을 상황에 놓인 우크라이나 정부는 서방에 신속히 더욱 강력한 제재를 쏟아낼 것을 촉구하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23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푸틴을 멈추기 위해 압박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경제와 측근들을 더욱 많이, 강하게, 당장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러 제재의 선봉에 서 있는 미국과 영국 정치권 일각에서도 현재까지의 조처는 너무 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도 선제적이고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미 재무부 고위관료 출신으로 현재는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브라이언 오툴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약한 초기 제재에 대해 "서방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조처를 내놓을 배짱이 없다고 판단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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