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략경쟁 속 中 대외관계 레토릭으로 부상…북중 결속 심화 예고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개별 국가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핵심 레토릭으로 내세우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은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 등 계기에 "일국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안보 우려는 존중되어야 한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에 반대하는 러시아의 논리에 힘을 실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24일 침공 이후 이뤄진 중·러 외교장관의 전화 통화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러시아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지난 22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통화 때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미북 간의 문제"라며 "미국은 응당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를 중시해 실질적 의미가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한(또는 합리적인) 안보 우려 존중'은 우크라이나 사태뿐 아니라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중국 대외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양상이다.
특히 북핵 문제와 거기서 파생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등 한반도 관련 현안에서 앞으로 이 표현이 더욱 자주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북핵 문제에서 중국이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 우려'를 강조하는 것은 북한이 내세우는 이른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해소'가 선행돼야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한반도 주변으로의 미국 전략자산 전개, 더 나아가 주한미군의 존재, 대북 제재 등에 대해 중국이 북한과 철저히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형국이다.
또 우크라이나와 북한에는 강대국 사이의 '전략적 완충지대'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 관련한 중국의 '안보 우려 존중' 언급은 중국 자신의 우려 내지 관심사를 존중하라는 메시지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입장에서 6·25전쟁 때 희생을 치러가며 지켜낸 북한의 완충지대 역할을 결코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며,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할수록 북한을 감싸고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의지도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대북 제재 이행 또는 강화 등 북한을 어렵게 만드는 방향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양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미중 전략경쟁 아래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도 북한과 많이 가까워지고 있고, 북한도 다양한 계기에 미중 갈등 현안 등에서 중국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발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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