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100달러 육박에 3%대 중후반 국내 소비자물가 '비상'
소득 하위 20%, 연료비 지출 1년 새 10% 증가
1분위 소득 중 연료비 비중 8.3%…전체 가구 평균의 두 배 넘어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곽민서 김다혜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국내 소비자물가 급등이 예고되고 있다.
일각에선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여년 만에 4%대로 올라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석유류 가격 상승이 저소득층에 가장 먼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 국제유가 급등에 석유류 가격 상승 예고…소비자물가 직격탄
최근 국제유가(두바이유)는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수입 원유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2월 넷째 주 평균 95.0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92.1달러)보다 3.1% 상승한 수준으로, 작년 12월 평균 가격(배럴당 73.2달러)과 비교하면 약 두 달 만에 29.8% 뛰어올랐다.
국내 휘발유 가격과 연동되는 싱가포르 거래소의 국제 휘발유(92RON) 평균 가격(110.6달러)은 이미 배럴당 110달러 선을 돌파했다.
통상적으로 국제유가 상승이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국내 석유류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생산자물가와 공업제품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면서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3.6%) 가운데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의 기여도는 1.44%포인트에 달했다.
지난달 물가 상승분 중 40% 가량이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 상승의 결과라는 의미다.
여기에 국제유가 추가 상승분이 더해지면서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은행이 유가 상승을 반영해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1%로 올렸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연평균 100달러로 오르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4%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3.2%)에 9년 8개월 만의 3%대 상승률을 기록한 뒤 11월(3.8%), 12월(3.7%)에 이어 지난달까지 넉 달째 3%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확대되거나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는 걷잡을 수 없이 튀어 오르고, 물가 상승률도 더 치솟을 수밖에 없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가가 100달러보다 더 오른다고 하면 물가 상승의 또 다른 요소가 되기 때문에 상승률은 4%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이미 고물가가 이어진 만큼, 우크라이나 사태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작년 동기 대비 물가 상승률이 4%를 웃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통제할 수 없는 대외 변수가 국내 물가를 좌우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 1분위 연료비 지출 1년 새 10%↑…저소득층 부담 증가
문제는 석유류 가격 상승을 필두로 한 물가 상승의 충격이 저소득층에게 먼저 돌아간다는 것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작년 4분기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가 지출한 연료비(광열 연료비·운송기구 연료비 합계)는 월평균 8만7천706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천49원(10.1%) 증가했다.
1분위의 가계 소득 대비 연료비 지출 비중은 8.3%로 전체 가구 평균(3.9%)의 두 배를 웃돌았다.
반면 5분위(소득 상위 20%)의 경우 소득 대비 연료비 비중이 2.8%에 그쳤다.
똑같이 연료비가 늘더라도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이 큰 1분위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연료비는 식비나 오락비와 달리 줄이기가 어렵고, 일정 수준 이상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라는 점에서 자가용으로 영업하는 영세 자영업자 등 추가 타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석유류 가격과 연동되는 가공식품이나 공업제품 가격 급등도 가계 살림살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에 가계는 점점 더 소비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이다.
작년 4분기 가계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67.3%로 1인 가구 기준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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