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난해 원재료비·인건비 역대 최대…수익성 악화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비용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정보통신(IT) 업계에서 시작된 연쇄 임금인상에 이어 최근 대기업에서 사무직 노조가 잇따라 출범하면서 인건비 부담도 늘어났는데 기업들은 이 같은 비용 증가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27일 주요 기업들이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이 원재료 구매에 지출한 비용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005930]의 작년 원재료 구매 비용은 약 90조5천192억원으로, 전년(약 79조19억원)보다 14.6% 늘었다.
지난 10년간 삼성전자 원재료 구매 비용은 70조~80조원 안팎이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90조원을 넘었다.
이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비롯해 생활가전 제품의 주요 원재료인 철판과 플라스틱, 구리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많게는 20% 이상 뛰고, 모바일 AP와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등 반도체 관련 부품 가격도 줄줄이 오른 데 따른 것이다.
다른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SDI[006400]의 지난해 원재료 사용액은 3조9천937억원으로 전년보다 12.0% 증가했고, 삼성전기[009150]는 3조5천27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9% 증가했다.
주요 원자재 가격은 지난해 5월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상승 초기에는 코로나19에 의한 가격 하락이 기저효과로 작용했지만, 지금은 수급 불균형 심화와 물류난, 공급망 차질 등이 겹쳐지면서 코로나19 이전보다 가격이 더 높아진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도 요동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제 유가가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것은 물론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 상황에 따라서는 고유가 현상이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 전규연 연구원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로 에너지, 원자재 수출 제한 조치가 이뤄질 경우 천연가스와 유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IT 기업에서 시작된 경쟁적인 임금 인상 여파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도 가중된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가 지출한 인건비는 15조7천689억원으로, 전년보다 18.4% 증가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인건비는 원재료비와 마찬가지로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 인건비가 최대치를 기록한 배경에는 삼성이 최근 채용 규모를 늘리면서 임직원 수가 증가한 것도 있지만, 회사 내 처우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전격적으로 임금 인상을 결정한 영향도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경쟁사 SK하이닉스보다 처우가 낮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자 최근 10년 내 최대 수준인 평균 7.5%의 임금 인상을 결정한 데 더해 연말 특별 격려금도 지급했다.
삼성SDI와 삼성전기 인건비도 전년 대비 각각 25.1%, 2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대기업 노동조합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 요인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노조와의 2021년도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사상 첫 파업이 발생할 수도 있는 위기에 놓인 상태다. 삼성전자는 노조를 달래기 위해 조만간 대표이사가 직접 노조 대표단을 만나 면담하기로 했다.
생산직 직원 중심이었던 대기업 노조는 최근 사무직·연구직 직원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LG전자[066570]와 SK하이닉스[000660], 현대차[005380]에 사무직 노조가 생긴 데 이어 최근에는 LG에너지솔루션, LS일렉트릭에도 사무직 노조가 출범했다.
사무·연구직 직원들도 노조를 결성해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함에 따라 앞으로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 요구는 점점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성과급 규모는 매해 경영 실적에 따라 달라지지만, 기본급은 한번 인상되면 다시 낮출 수 없어 기업 입장에선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대기업들이 줄줄이 임금 인상을 결정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전보다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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