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키르키스, 러 지지 선언…이란·베네수·쿠바 "미·나토가 잘못"
인도·중국은 안보리 표결 기권…구소련 중앙아 국가들도 침묵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국제 사회 대부분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제재에 동참할 뜻을 밝히고 있지만 오히려 감싸는 나라들도 있다.
러시아의 우방이나 평소 가깝게 지냈던 나라들은 러시아를 대놓고 지지하거나, 아예 입을 다물거나, 온화한 어조로 우려를 표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러시아는 자국의 규탄 결의안 상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중국과 인도, 아랍에미리트(UAE)는 기권표를 던져 지원사격을 했다.
중국은 전통적인 러시아의 우방국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일에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도 참석해 시진핑 국 주석과의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표결 후 발언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와 관련 "계속된 제재 압박은 더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 더 혼란스러운 상황과 봉합하기 어려운 갈등을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도 유럽연합(EU) 외교 대표, 영국 외교장관, 프랑스 대통령 보좌관 등과의 통화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진에 대한 러시아의 안보 우려도 적절하게 해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권표를 던진 인도도 러시아제 무기의 최대 수입국으로일 정도로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상당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인도 뉴델리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국방, 무역, 에너지, 우주 기술,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모디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 24일 푸틴 대통령과 직접 통화를 하고 우크라이나에서의 폭력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을 직접적으로 규탄하지는 않았다.
미얀마는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전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조 민 툰 군정 대변인은 "러시아군은 주권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을 전개했다"면서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미얀마의 주요 무기 공급원이자 동맹이다.
미국과 관계가 안 좋고 러시아와 가까운 베네수엘라와 쿠바, 니카라과는 이번 사태에서 러시아의 편을 들며 미국과 나토를 비난했다.
베네수엘라 외교부는 전날 성명에서 "나토가 미국의 부추김 속에 민스크 협정을 우롱하고 저버린 것이 안타깝다"며 "(나토가) 이 협정에서 벗어나면서 국제법을 위반했고 러시아의 영토와 주권에 강한 위협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쿠바와 니카라과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일찌감치 푸틴 대통령의 행동을 옹호하며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를 위협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구소련 국가인 키르키스스탄도 러시아를 지지하고 나섰다.
러시아 관영 매체 스푸트니크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의 행동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방어를 위한 조치라면서 지지를 표명했다.
미국의 적대국인 이란도 미국과 나토를 비난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외무장관은 24일 트위터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해 "나토가 도발의 뿌리"라며 즉각적인 휴전과 '정치적이고 민주적인 해결'을 요구했다고 아랍권 매체인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은 공개적으로 러시아를 비난하는 것은 삼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인접국인 시리아 분쟁에서 러시아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돕지 못하도록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인도주의 지원을 제안하면서도 공개적으로 러시아를 비난하지는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밖에도 북한은 침공 전 긴장이 고조되자 외무성 글을 통해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퍼뜨리며 대러 제압을 합리화하고 있다며 러시아 편을 들었다. 다만 침공 이후에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구소련 국가로 러시아와 인접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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