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러시아 SWIFT서 배제…"키예프 공격에 금융고립 결정"(종합)

입력 2022-02-27 09:38   수정 2022-02-27 09:44

美·유럽, 러시아 SWIFT서 배제…"키예프 공격에 금융고립 결정"(종합)
미·영·독·불 등 공동 성명…러 중앙은행 국제 보유고 접근도 제한
러시아인에 '황금여권' 판매 금지…"루블화 가치 급락…러 경제 인플레이션 가속화"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김태종 기자 =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2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는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비롯해 다른 도시를 공격함에 따라 우리는 러시아를 국제 금융(체계)으로부터 고립시키기로 결정했다"며 "이 조치들은 조만간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우선 선별된 러시아의 일부 은행이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전면 배제되고, 러시아 중앙은행의 국제 보유고 접근도 제한된다.
스위프트는 1만1천 개가 넘는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안전하게 결제 주문을 주고받기 위해 쓰는, 고도로 높은 보안을 갖춘 전산망이다.
여기서 퇴출되면 러시아는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하게 돼 가장 강력한 경제 제재 수단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일각에서는 '금융 핵 옵션'으로도 부른다.
특히 미국에서는 러시아의 스위프트 배제를 주장하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럽국가들의 반대로 초기 제재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했던 2014년에도 이 옵션은 고려됐지만,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미 행정부 관리는 "스위프트 금융시스템이 벨기에 관할권에 있는 것을 고려해 유럽연합(EU)이 차단될 러시아 은행 명단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P 통신은 과거 핵 프로그램으로 이란에 이 제재를 가한 적이 있지만, 러시아를 국제 결제망에서 제외하는 것은 미국과 독일을 포함해 다른 국가의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스위프트 배제는 불완전한 것으로, 미국과 유럽에 이후 추가 제재를 위한 여지를 남겨뒀다고 덧붙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같은 조치를 발표하면서 "러시아 중앙은행이 거래를 할 수 없도록 그 자산을 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스위프트 제외는 이들 은행이 국제금융시스템에서 단절되고 글로벌 영업 능력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은행들은 대부분의 금융 거래를 하지 못하고 러시아의 수출입을 효과적으로 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조치가 자국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돼 주저해온 독일은 외무장관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파렴치한 공격 이후 스위프트에서 러시아 분리로 발생할 수 있는 부수적인 피해를 제한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가 시행되면 6천430억달러(한화 약 774조5천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보유고 접근이 제한을 받는 만큼 러시아 재정에 직접적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일정한 금액을 투자한 외국인에게 시민권을 발행하는 이른바 '황금 여권'(골든 패스포트) 판매 역시 러시아인에게는 제한된다.
이는 러시아 정부와 관계된 러시아 부호들이 서방의 시민권을 획득해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성명은 설명했다.
또한 내주 중 범대서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재 상황을 점검하고, 제재 대상인 기관과 개인의 역내 자산을 파악해 동결 조치에 착수할 방침이다.
미국 관리들은 이번 조치들이 "루블화(러시아 화폐)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고, 러시아 경제의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데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한 이후 서방국은 잇따른 금융 및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전날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 핵심 인사 개인에 대한 제재도 발표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 계획을 인지하고도 선제 대응을 하지 못해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과 더불어 일부 강도 높은 제재를 후순위로 밀어놓으며 수위가 약하다는 비난이 함께 제기됐다.

kyung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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