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택지비 등 놓고 조합 vs 지자체·부동산원 견해차
둔촌주공 택지비 재산정으로 상반기 분양 불투명…'후분양' 단지 늘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서울 강남권 등 주요 정비사업 단지들이 상한제 분양가 책정을 놓고 지방자치단체·한국부동산원 등과 갈등을 빚으며 분양 일정 차질이 계속되고 있다.
조합이 희망하는 가격과 상한제 분양가의 격차가 커 일반분양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조합 집행부 교체나 시공사와의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만2천여가구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 단지인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는 상반기 일반분양이 불투명해졌다.
한국감정원이 강동구가 분양가 산출을 위해 의뢰한 둔춘 주공 택지비 감정평가 적정성 검토에서 최근 '재검토' 의견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상한제 분양가는 해당 택지에 대한 택지비 감정평가와 이에 대한 적정성 검토, 건축비 등 합산 절차를 거쳐 산정된다.
구체적으로 지자체(구청 1곳, 서울시 1곳)가 지정한 감정평가사를 통해 택지비 감정평가를 받고, 이후 한국부동산원의 감정평가 적정성 검토를 거쳐 건축비·가산비 등을 합해 최종 가격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강동구는 감정평가를 받아 둔촌 주공 아파트의 택지비를 1㎡당 2천20만원으로 제출했는데 부동산원은 비교 표준지 선정 오류와 가격 인상폭 과다 등을 지적하며 재산정을 요구했다.
건설업계에선 부동산원의 의견대로 비교 표준지를 바꾸면 택지비가 이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고, 조합이 기대하는 만큼 일반 분양가를 받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둔촌 주공 재건축 단지는 당초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갈 수 있었으나 분양보증 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과도한 분양가 통제에 반발해 분양 일정을 2년 이상 미루는 바람에 상한제 적용을 자처한 경우다.
둔촌 주공 조합은 2020년 초 3.3㎡당 3천550만원의 분양가를 요구했고, HUG는 2천978만원을 고수하면서 572만원 이상의 차이가 나자 차라리 공시지가 인상 등을 반영해 추후 상한제를 적용받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둔촌 주공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3.3㎡당 최대 4천만원까지 기대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많아야 3천만원 초중반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택지비 적정성 평가 권한을 쥔 한국부동산원이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어서다.
일단 조합은 올해 1월 1일 자로 새로 인상된 표준지 공시지가를 토대로 택지비를 재산정해 구청에 신청할 계획이다.
조합 관계자는 "올해 공시지가가 올랐고, 3월 1일부로 분양가 상한제 건축비도 인상(2.64%)됨에 따라 전망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3월 말께 분양가를 확정하면 5월쯤에는 분양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조합의 희망대로 분양가가 책정될지는 미지수여서 상반기 분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특히 둔촌 주공은 분양이 2년 이상 지연되며 분양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현재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해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다.
또 현 조합 집행부가 이전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체결한 공사비 증액분(5천200억원)을 문제 삼고 있어 시공사와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시공사업단은 2년여간 공사비를 못 받고 1조5천억원을 투입해 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지난해 12월 조합 측에 "조합 사업비 대여 중단" 결정을 통보한 데 이어 최근에는 "60일 이내 조합원 분양과 일반분양 절차를 진행해 공사비 충당의 조처를 하지 않으면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양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발생한 여러 손실을 고려할 때 둔촌 주공 조합 입장에선 일반 분양가를 높이는 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일반분양 가구 수만 4천700가구가 넘는 매머드급 단지라는 상징성 때문에 한국부동산원이 택지비를 쉽게 높여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의 세운 3-1·4·5구역(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도 택지비 감정평가 금액을 놓고 한국부동산원이 세 차례나 반려해 분양이 7개월가량 지연되고 있다.
경기도 광명2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해 11월 광명시가 상한제를 적용한 일반분양가를 3.3㎡당 2천만원 선으로 책정해 조합에 통보하자 "시세의 반값"이라고 반발하며 석 달이 넘도록 분양을 중단한 상태다.
특히 이 분양가 문제는 조합장 해임 추진 등으로 이어지며 내부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런 이유로 아예 분양가 상한제 충격을 덜 목적으로 후분양을 선택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후분양(준공 후 분양 포함)을 해도 똑같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만 최근 공시지가 인상 폭과 공시가격 로드맵에 따른 현실화율 제고로 인해 분양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택지비를 높게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는 현재 일반분양을 앞두고 조합이 택지비 감정평가를 진행 중인데 평가액이 낮을 경우 후분양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합은 앞서 분양한 반포동 '원베일리' 사례를 들어 3.3㎡당 5천만원 후반대의 분양가를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초구 반포3주구도 후분양을 추진 중이다. 현재 택지비로는 조합이 원하는 값을 받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최근 삼국시대 유물이 발굴돼 공사에 차질이 발생한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 아파트도 일부 공사 지연과 별개로 하반기 일반분양 일정에 맞춰 분양가 상한제 택지비 산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역시 분양가가 조합 예상보다 터무니없이 낮을 경우 후분양으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후분양도 걱정되긴 마찬가지다. 후분양 시점에서 집값과 택지비가 하락할 경우에는 손해가 날 수도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작년 말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택지비와 가산비 등 상한제 심사 기준을 통일했지만 분양가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택지비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하다"며 "이는 결국 일반분양 지연 또는 사업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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