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서방 강대강 대치·대러 국제여론 악화 속 '러 편들기' 부담
교역통한 배후지원 예상…'서방 對 중러' 신냉전 中경제에 악재될수도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강 대(對) 강'의 대치 국면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중국도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공격에 맞서 서방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초고강도 조치를 결정함에 따라 러시아의 전략적 협력 파트너인 중국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국제 금융거래와 정상적 상품 교역에 큰 난관이 닥친 러시아는 중국과의 수출입을 강화함으로써 제재의 탈출구를 만들려 할 것이라는 게 다수의 예상이다. 하지만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는 서방 대 러시아의 신냉전 구도에 중국이 깊숙이 편입되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중국에 딜레마가 되고 있다.
◇중국 "우리가 원치 않았던 정세"…대러 국제여론 악화 속 '같은 편' 인상 줄까 부심
이번 사태와 관련해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 등 계기에 '각국의 합리적이고 정당한 안보 우려 존중', '주권과 영토보전 존중' 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모두 거론하는 한편 '역사적 경위'를 강조하며 미국 등 서방의 책임을 지적해왔다.
외견상 '중립'을 취하는 모습이지만 반미를 고리로 강화해온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우선적으로 의식하는 '친 러시아적 중립'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군사행동이 분쟁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넘어 수도 키예프 점령을 노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국제사회도 아껴 두었던 최고강도 제재 카드인 '스위프트 배제'를 꺼내는 등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면서 중국은 난처한 입장이 됐다.
대미 전략경쟁의 최대 파트너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면 할수록 미국, 유럽, 일본 등과 더 척을 지게 되는 양상으로 상황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최근 내놓은 입장에서도 고민이 읽힌다.
중국 외교부는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5일 유럽연합(EU) 외교 대표, 영국 외교장관, 프랑스 대통령 보좌관 등과 가진 별도의 통화 내용을 전하면서, 왕 부장이 거론한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5대 입장을 소개했다.
첫째 입장으로 "중국은 각국 주권과 영토 완전성의 존중 및 보장을 주장하며,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실질적으로 준수한다"며 "이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한 것이며 우크라이나 문제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런 뒤 둘째 입장으로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는 응당 존중해야 한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연속적인 확대 속에서 러시아의 우려가 중시되고 해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 전개 과정에서 중국은 한동안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와, '주권 및 영토 보전' 중 전자를 먼저 거론해왔지만 25일 왕원빈(汪文斌) 외교부 대변인(정례 브리핑)에 이어 왕이 부장도 후자부터 언급했다.
국제사회의 대 러시아 여론 악화를 의식한데 따른 '미세 조정'으로 읽혔다.
또 왕 부장은 "현재의 정세는 우리가 보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으로 중국이 서방의 대 중국 압박이 분산되는 '어부지리'를 즐기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교역강화 통한 대러 경제지원 전망…신냉전 구도 전면 형성시 중국도 부담 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루비콘 강'을 건넌 상황에서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둘지 선택해야 할 상황이 중국 앞에 다가오는 양상이다.
다른 변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밀월관계를 유지해온 러시아를 적극 돕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 것으로 보이지만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에게 쏟아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비판과 압박을 중국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나눠 지게 되는 것은 중국에게도 부담이다.
시 주석의 집권 연장 여부가 걸린 가을 당 대회를 앞두고 '안정 우선'의 경제 기조를 채택한 상황에서 러시아를 돕는 것이 미국 주도의 대 중국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기술과 핵심산업 관련 국제 협력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것)을 재촉할 수 있다는 점은 중국의 우려사항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러시아를 외면하기도 어렵다.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전략경쟁에서 러시아를 최대 협력 파트너로 삼고 있는 터에 서방의 제재 공세에 내몰린 러시아를 돕지 않을 경우 그간 공을 들인 중러관계가 위태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중국은 대러 무기 지원 등 이번 전쟁에 직접 엮이는 방안에는 선을 긋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으로 러시아를 '배후 지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발 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동시에, 지난해 1천468억7천만 달러(약 177조 원)에 달했던 러시아와의 교역 관계를 심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4일 중러 정상회담 계기에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즈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연 10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극동 지역 가스관을 통해 중국으로 공급하기 위한 장기 계약을 체결한 것이나 러시아 전역에서 밀 수입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지난 23일자 해관총서(세관) 결정 등은 교역 확대를 위한 준비로 풀이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상황이 더 악화하면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는 중국의 역할이 부각될 수 밖에 없고, 그러다가 러시아 대 미국·유럽의 전면적 신(新) 냉전 구도에 중국도 편입될 수 있다는 점은 딜레마일 것으로 보인다.
서방과의 관계 악화에 수반될 경제적 피해는 이미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강도 높은 제재를 받아가며 '내성'이 생긴 러시아보다 중국이 훨씬 클 것이기 때문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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