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장관 회의서 논의…회원국 만장일치 합의 필요
독·네덜란드 등 공급 계획…"러, 서방개입 간주해 보복할 수도"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가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연료 등 공급을 위한 재원을 대는 데 EU 자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대외관계청(EEAS)은 성명에서 이날 예정된 EU 외무 장관 화상 회의에서 보렐 고위대표가 이같이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렐 고위대표는 "나는 장관들에게 두가지 긴급 지원 조치를 위해 유럽 평화 제도 사용을 제안할 것"이라면서 "이는 용감한 우크라이나 군에 살상 물자를 공급하는 데 재원을 대고 연료와 같이 긴급히 필요한 비살상 물자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렐 고위대표는 탄약과 같은 살상 장비와 연료, 긴급 의료 물자 등 비살상 장비를 제공하기 위한 제안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제안은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EU 조약 아래에서는 EU 정규 예산을 군사 관련 작전에 사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이 같은 제한을 피해 가기 위해 EU 회원국들은 예산외 자금 제공 제도인 '유럽 평화 제도'를 두고 있다. 이는 군사 지원 제공에 사용될 수 있다.
이 같은 조치가 승인되려면 EU 회원국의 만장일치 합의가 필요하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 일부 회원국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 계획을 밝혔다.
특히 독일은 전날 대전차 무기 1천정과 군용기 격추를 위한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등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분쟁 지역에 무기 수출을 금지해온 독일의 오랜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폴리티코는 EU 집행위원회의 이 같은 움직임은 논란이 될 수 있으며 러시아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동안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서방이 개입할 경우 큰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밝혀왔다.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들은 앞서 러시아와의 군사적 충돌에 휘말릴 의도가 없다고 밝혀왔으나 최근 며칠 사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등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수위가 높아지면서 서방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날 외무 장관 회의에서는 전날 미국과 EU 집행위, 영국, 캐나다 등이 발표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일부 러시아 은행을 배제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보렐 고위 대표는 트위터에 "우리는 러시아 은행들의 SWIFT 배제를 포함해 추가적인 강력한 경제 제재를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EU 법무, 내부 장관들도 이날 특별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피란민 수용 문제 등을 논의한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인들은 주변국으로 피란하고 있으며 폴란드에만 피란민 10만명이 몰린 것을 비롯해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에도 우크라이나인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k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